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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5 18:54 수정 : 2008.03.05 18:54

1930년대 소년들을 설레게 한 할리 데이비슨 양철 장난감(왼쪽)과 1990년대 소녀들의 장난감으로 떠오른 할리 데이비슨 바비 인형.

[매거진 Esc]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두둠 … 두둠 … 두두둠…’ 심장을 두드리는 북소리,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 1930년대 처음 만들어진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의 양철 장난감은 장난감 모으는 이들의 ‘로망’이다. 이 장난감은 대단히 희귀하기도 하고 완성도나 존재감도 뛰어나지만 처음 만들어진 동기가 재미있다. 1903년 처음 생산된 할리 데이비슨은 실린더 둘을 이용한 브이자형 엔진을 개발해 달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주말이면 가죽 재킷을 입고 할리를 몰고 나간다는 것은 성공한 남자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다. 자연스레 주말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들었고 가족 구성원의 불만이 커져 갔다. 곤혹스러워진 것은 할리 데이비슨사였다. ‘할리’가 주말이면 ‘가장을 가족한테서 빼앗아 가는 괴물’ 소리를 듣게 된 것이었다.

할리 데이비슨사는 불만을 잠재우고자 가족을 초청한 행사를 펼치며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중 하나가 멋들어진 할리 데이비슨 양철 장난감을 만들어 아버지와 함께 매장을 찾은 꼬마들에게 선물하는 선물 공세였다. 이 장난감은 당시로서는 꽤나 큰 45cm 크기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할리 데이비슨 고유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냈다. 장난감 선물은 큰 호응을 얻게 되고,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할리 데이비슨의 부정적인 인식을 장난감이 바꾸어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할리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친숙해진 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할리 애호가로 성장할 것을 고려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성공은 유사 할리 데이비슨 장난감, 오토바이 장난감 생산으로도 이어지며 30~40년대 양철 장난감의 거대한 흐름이 됐다. 그로부터 60년의 세월이 흐른 90년대 후반, 여자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 할 바비 인형의 할리 데이비슨 판이 탄생한다. 멋들어진 가죽 재킷을 입고 모두 일곱 가지의 다양한 종류로 출시된 그들은 꽤나 정교한 모양새의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도 가지고 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바비와 할리 데이비슨의 조화는 30년대 아버지를 쫓아 온 남자 아이들이 열광했던 양철 장난감들과 어울려, 장난감의 독특한 사회적 존재감을 증명해준다.

김혁 장난감수집가·테마파크기획자 blog.naver.com/k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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