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3.12 22:26 수정 : 2008.03.12 22:26

아시아의 한 영화제에 모인 인파. 영어권 영화 제목을 옮기는 과정에서 적잖은 해프닝이 생긴다. 한겨레

[매거진 Esc] 리처드 파월의 아시안 잉글리시 10
골치 아픈 영어권 영화 제목 짓기 … 대사 번역은 더 악몽

아시아 배급사들이 영어권 영화를 수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제목이다. 일본에서는 네 가지 방식이 통용된다. 첫째는 원제목을 가타가나로 읽어 제목을 삼는 방법이다. 그래서 영화 ‘The Hitcher’(한국 제목 ‘힛쳐’)는 일본에서 ‘힛차’란 제목으로 개봉됐다. 그 정도야 영어 사용자들이 알아볼 수 있지만, ‘Perfect Stranger’(〃 퍼펙트 스트레인저)가 ‘파우에쿠토 수토린자’로, ‘The Bourne Ultimatum’(〃 본 얼티메이텀)이 ‘분 아루치미타무’로 작명되는 정도면 좀 심각하다. 그래서 영어 제목을 간결하고 함축적인 제목으로 압축하기도 한다. 영화 ‘Incredibles’(〃 인크레더블)을 ‘미스터 인크레더블’로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제3의 제목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Napoleon Dynamite’(〃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버스맨’으로, ‘A Good Year’(〃 어느 멋진 순간)는 ‘프로방스에서 온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극장에 걸렸다. 그러다보니 영화 제목에 자주 쓰이는 단어도 생겼다.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다. ‘Dying Young’(〃 사랑을 위하여)은 ‘사랑의 선택’으로, ‘Out of Africa’(〃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사랑과 슬픔의 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가장 재밌는 건 영화 제목을 의미나 문법적으로 이상한 제목으로 짓는 것이다. 영화 ‘Karate Kid’(〃 베스트 키드)는 ‘베스트 키드’로, ‘Snakes on a Plane’(〃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은 ‘스네이크 플라이트’라는 제목을 얻었다. 영화 ‘Pretty Woman’(〃 프리티 우먼)의 대흥행은 ‘프리티 리그’(원제 A League of their own)와 ‘프리티 브라이드’(원제 Runaway Bride)라는 비슷한 영화 제목을 탄생시켰다.

중국어는 표음문자가 아니어서 제목을 짓는 데 제한이 따른다. 의미가 딱 들어맞지 않은 한자라도 영어 발음과 비슷한 단어를 선택해 제목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Miss Congeniality’(한국제목 ‘미스 에이전트’)는 ‘매운 여자’가 됐고, 코엔 형제가 감독한 ‘Fargo’(〃 파고)는 ‘눈 속의 의문사’로 바뀌었다.

리처드 파월
이런 재밌는 중국어 영화 제목이 <뉴욕타임스>에 잘못 소개됐다가 해프닝을 겪은 적이 있다. 홍콩에서 영화 ‘Field of Dreams’(〃 꿈의 구장)가 ‘상상 속의 숨진 야구선수는 내 옥수수 밭에 산다’(Imaginary Dead Baseball Players live in my Cornfield)는 한자 제목으로 번역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나중에 한 웹사이트에서 잘못된 정보를 인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목을 짓는 것도 골치 아프지만, 대사 번역은 악몽에 가깝다. 거의 모든 할리우드 영화는 아시아에서 자막이 달려 나온다. 하지만 번역자들은 때로 복잡한 대화를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줄인다. 그렇게 해야 영화를 보는 관객이 빨리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영화 ‘블랙 달리아’를 봤다. 장거리 버스에서는 디브이디(DVD)로 영화를 트는데, 대개는 해적판이어서 번역에 성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등장인물 몇 명이 축하모임에서 “toast!”(‘건배’라는 뜻으로도 쓰인다)를 외쳤다. 그런데 자막에는 이렇게 나왔다. “여러분, 이제 빵을 토스터기로 구워 먹읍시다.”

리처드 파월 일본대 교수

번역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리처드 파월의 아시안 잉글리시’를 마칩니다.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