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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9 17:09 수정 : 2008.03.20 18:07

현대차 일류 브랜드의 새로운 신화 여는 ‘제네시스’

[매거진 Esc] 전문가 3인의 자동차 해부교실
현대차 일류 브랜드의 새로운 신화 여는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 대한 관심이 그야말로 뜨겁다. ‘어떤 수입차를 살까’ 고민하던 이들은 ‘수입차 살까, 제네시스 살까’로 고민의 축을 옮겼다. ‘프리미엄’ ‘럭셔리’ ‘고급’ 등 그럴듯한 문구를 모두 붙여놓은 세단 제네시스를 자동차 전문가 3인의 시승기를 통해 꼼꼼히 들여다보자.

렉서스보다 더 부드러워
이경섭 <모터 트렌드> 편집장
렉서스보다 더 부드러워

현대가 제네시스를 내놓으며 베엠베(BMW) 5시리즈, 벤츠 이(E)클래스와 맞붙어 보겠다고 큰소리쳤을 때 속으로 웃었다. 현대가 이 두 차를 남양만 연구소에 놓고 실시한 비교 시승 행사에 다녀온 기자들로부터 “옵션만큼은 안 밀리더라”는 얘길 들었을 때도 웃었다. 그런데 직접 운전대를 잡아보니 웃음이 쏙 들어갔다. 제네시스는 렉서스만큼, 아니 렉서스보다도 더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왜 현대가 렉서스가 아닌 5시리즈나 이클래스와 공개 비교를 했는지 역설적으로 이해가 됐다.

제네시스의 주행 성능은 인피니티 엠35(M35)나 베엠베 5시리즈가 보여주는 탄탄함에는 분명 미치지 못한다. 서스펜션이 무른 편이어서 꿀렁거리는데다 고속에서 급하게 코너링을 하면 휘청거려서 불안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제네시스가 폄하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제네시스는 ‘즐기는 차’가 아니라 ‘누리는 차’에 가깝다. 안락함을 추구하느라 뒷바퀴굴림차의 스포츠 주행 특성이 감춰진다 해도 아쉬울 것은 없다. 밟으면 물결치듯 매끈하게 달려 나간다. 실내 크기는 광활하고 인테리어는 단순하고 세련됐다. 시트의 질감이나 안락함 역시 만족스럽다. 외관은 이 차 저 차에서 디자인 요소를 따온 듯 평범하지만 익숙하고 친근하다. 가속감도 훌륭했다. 그러나 타이어가 차체에 비해 빈약해 보여 아쉬웠고, 럭셔리 프라임 팩 사양인데도 선루프조차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기본 가격에 옵션 구성을 까다롭게 해 수익을 뽑으려는 현대의 ‘옵션 신공’은 오래전부터 비난의 소지가 돼 왔는데, 럭셔리 세단을 표방하는 제네시스에서도 여전히 불만 거리다.

현대의 차 만들기는 이제 수준급을 넘어선 듯하다. 편안하게 탈 차로는 흠 잡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이 좋아졌다.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무난함은 자동차 시장에서 언제나 잘 통하는 최고의 장점이기도 하다. 스포티하지 못하고, 운전 재미가 덜하다는 것으로 제네시스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 잘 팔릴 만한 조건이 충분하다. 비싸다는 불평에도 끄떡없이 팔린다. 현대는 제네시스 때문에 아직 유통기한이 남은 그랜저가 덜 팔릴까 걱정해야 할 것 같다. 국내든 미국이든.


북미 고급시장 정조준
김우성 <비비시 톱기어> 편집장
북미 고급시장 정조준

제네시스는 현대가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며 내놓은 야심작이다. 20여년 전 소형차를 들고 치열한 북미 시장에 끼어들었던 무명의 자동차회사가 북미 고급 시장을 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의 여정이 도요타에 비견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도요타는 1989년 렉서스 브랜드를 발표했고 지금 북미 고급 시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현대의 첫 뒷바퀴굴림 스포츠세단 제네시스는 벤츠 이클래스와 베엠베 5시리즈, 그리고 렉서스 이에스(ES) 및 지에스(GS)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첫인상은 렉서스에 아주 가깝다. 이미지 향상을 위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면서 실제 시장에서는 렉서스와 같은 지위를 목표로 한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5m에 가까운 차체는 간결하고 유연한 디자인 덕에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제네시스의 실내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진수를 보여준다. 대시보드까지 일일이 가죽으로 감싸 꿰맨 뒷마무리는 현대의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게 한다. 첨단 장비로 가득한 고급스러운 실내와 숨막히게 고요한 정숙성, 좋은 주행 성능은 제네시스가 지금까지의 국산차보다 한 단계 진보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엔진은 V6 3.8리터 람다. 최고 출력은 290마력에 이른다. 엔진의 강력한 힘을 더욱 북돋우는 요소는 0.27에 불과한 공기저항계수다. 제네시스는 강력한 힘과 바람을 가르는 공기역학 디자인에 힘입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을 8초 전후에 끊고, 계속 가속하자 시속 200㎞를 수월하게 넘겼다. 순발력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제동력. 고속으로 달리다 급제동을 하니 마치 아스팔트에 내려꽂히기라도 하듯 굳건한 성능을 보여줬다.

제네시스 앞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큰 숙제가 남아 있다. 북미에서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고급 제품에 걸맞은 마케팅을 펼쳐야 하고, 독일 차나 일본 차 못지않은 신뢰감을 줘야 한다. 북미와 국내 시판가격 차이를 두고 말이 많은데,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이런 시비도 사라질 것이다. 제네시스가 현대의 성공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까? 할 일이 태산이다.

놀라운 장치들이 모두 들었네
장진택 <지큐> 수석기자
놀라운 장치들이 모두 들었네

전 세계에서 현대자동차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대한민국 백성들이 원하는 차를 만들어 내는 것. 이건 지엠대우, 르노삼성도, 쌍용도 시원하게 하지 못하는 일이다. 현대자동차의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자동차를 좀더 저렴한 가격에 타고 싶은 요구에 최초의 국산차 포니를 만들었고,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자 그랜저도 만들었다. 자가용 같은 트럭을 원할 땐 포터를, 열정적인 스포츠카를 원하자 티뷰론을 만들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이런 행보는 대한민국 자동차 문화의 변천사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2008년의 대한민국 시민은 무슨 차를 원하고 있을까? 현대자동차가 먼저 연구했다. 그리고 수입차 수준의 성능과 품질, 디자인은 물론, 가격까지 그 수준에 딱 맞춘 제네시스를 발표했다. 수입차에서 쓰던 후륜구동 부품들을 바닥에 깔고, 수입차에 속속 적용되었지만 법이 금지해서 못 들여온(신기하게도 현대가 만드니까 법이 바로 풀렸다) 코너링 헤드램프(핸들을 틀면 헤드램프도 그쪽을 비춘다)와 차간 거리 유지 크루즈 컨트롤(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동으로 속도를 유지하는 장치), 타이어에 공기압이 모자라면 알아서 바람 좀 넣어 달라고 하고, 롤스로이스에 달리는 렉시콘 오디오도 넣었다. 타이어는 외국산 던롭이 달렸다.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감쌌고, 시동은 버튼을 눌러 걸고, 시트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나와 등과 엉덩이, 허벅지에 땀이 차지 않는다. 번호판 볼트까지도 제네시스 로고가 박힌 특제 볼트다. 제네시스에는 당대 수입차들에서 한 번쯤 구경해본 놀라운 장치들이 모두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가속감도, 코너링도, 시트의 느낌도, 트렁크에 짐을 넣고 빼는 느낌까지도 좋은 수입차를 닮아서 국산차보다 좋다.

결과적으로 제네시스는 수입차를 동경하기 시작한 대한민국 백성들을 위해 현대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수입차 같은 국산차인 셈이다. 비꼬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식으로 일류 브랜드들의 성공 비결을 침착하고 성실하게 벤치마킹하는 중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당당한 일류가 되길 바란다. 최소한 ‘언제까지 따라다니기만 할 건가?’라는 비평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요제원〉(어코드 3.5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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