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3.19 17:54 수정 : 2008.03.19 17:54

〈음주가무연구소〉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도모코 지음, 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펴냄

2년 전 도쿄에 벚꽃놀이를 갔을 때 일이다. 오전 9시에 시부야 요요기 공원에 갔는데, 공원 들머리에서부터 이 곳은 내가 알던 일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일 오전 9시인데 벚꽃나무 둘레 5미터라면 어디에나 파란 비닐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돗자리 위에 십수명부터 수십명이 앉아 있는 팀도 있고 한 사람이 자리를 깔고 일행이 올 때까지 자리를 맡아놓고 자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미 만취한 일본사람들도 수두룩빽빽했다. 한국에서만 저러는 줄 알았는데! 맥주를 짝으로 가져다놓고 이미 머리꼭대기까지 취한 사람들이 큰소리로 웃고 떠들고 노래를 불렀다. …, 역시 술 앞에 인간은 다 똑같더라.

일본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끈 <노다메 칸타빌레>의 원작만화가 니노미야 도모코는 코믹 순정만화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녀의 1996년작 <음주가무 연구소>는 일종의 다큐 코미디랄까. 만화가 본인이 술을 마시고 겪었던 엽기적인 행각의 보고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죽도록 웃으며 공감할 사건투성이다. ‘술을 잘 마시는 남자=좋은 남자’라는 이상한 공식을 철석같이 믿는 주당인 집안 어른들, “뭐 어때!”하는 말을 입에 달고 늘 술을 마시는 버릇, 숙취에 괴로워하며 물을 찾아 연 냉장고에는 맥주뿐! 옷이나 신발, 담배와 라이터, 가방,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은 또 얼마나 잦은가. 즐거워서 마시고, 슬퍼서 마시고, 심심해서 마시고. 시간은 참 잘도 가고 술은 마셔도 마셔도 동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전날 일이 기억나지 않아 괴로울 땐? 그냥 다시 잔다. 이런 식의 대책 없는 이야기들이 책 한가득이다. 책의 후반부는 <술마시러 가자!>에 실린 이야기들로 니노미야 도모코의 결혼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역시 명랑만화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실감이 드는 엄청난 결혼 준비담이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20대 중반, 한창 술을 마시고 밤새 친구들과 어울리던 때의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옛날 친구를 하나 붙잡아 술을 마시고 싶다. 이제는 몸도 따라주지 않을테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잖아.

이다햬 좌충우돌독서가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