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3.19 19:17 수정 : 2008.03.19 19:17

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입시지옥의 종착역이 취업지옥이 되었다는 요즘, 마지막 학기를 목전에 둔 4학년 학생들과의 수업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흘러가곤 한다. ‘문화 이벤트 컨설팅’이라는 아주 끌리는 제목의 이번 강의가 공식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수준 높은 문화적 감각 어쩌구 저쩌구. 그러나 수준 높은 문화의식을 고양하는 데 힘쓰기에는 현실의 수준이 너무 낮다. 세상은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져 버렸다. 더구나, 반쯤은 학교에 나머지 반쯤은 그런 현실에 ‘겸임’해 있는 처지에서는 이런저런 수업 외 잔소리를 학생들에게 던져야 하는 약간의 의무(?)도 있기에 이쪽(문화, 이벤트, 컨설팅) 분야에서 선호하는 캐릭터, 자기소개라든지, 혹은 면접요령 같은 것을 궁금해하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조금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취업준비의 내용이야 학생들이 나보다는 선수이니 더 보탤 말은 없다. 그러나 면접이나 서류전형에서 자꾸만 떨어진다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하는 말은 ‘차라리 거짓말을 해봐’이다. 예컨대 공식적인 점수를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영어능력의 상·중·하를 표기하는 경우 이런 때는 무조건 상이라고 우기라고 권한다. 설령 자기의 실력이 중이나, 하일지라도 서류부터 떨어질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솔직하게 써 넣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나중에 면접에 가서 ‘이 정도면 상인줄 알았다’고 우기는 뻔뻔함이 필요하다.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서 솔직하지 않아도 되는 거의 유일한 자리가 바로 면접장이다. 이 자리에서는 무슨 일이든 다 잘하는 슈퍼맨(혹은 우먼)으로 자신을 소개하길 권한다. 모름지기 면접시험이란 그렇다. 취업 예정자의 진짜실력을 파악하려는 면접관과 현실보다는 이상을, 능력보다는 능력 이상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취업 예정자와의 한판 승부. 그러니 이 때 필요한 것이 솔직함만은 결코 아니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