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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9 19:25 수정 : 2008.03.22 10:21

‘베스파 피엑스’는 1977년부터 단종될 때까지 디자인의 변화 없이 30년의 세월을 이겨 냈다

[매거진 Esc] 오빠 달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베스파는 조그마한 오토바이에 ‘스쿠터’라는 이름표가 달린 뒤부터 지금까지 스쿠터의 대명사로 불려 왔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에 레트로 디자인 바람이 불면서, 베스파는 스쿠터로서뿐만 아니라 생활 아이템, 인테리어, 패션까지 디자인 요소로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패션의 수단으로 스쿠터에 관심을 갖게 된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특히나 베스파는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싶어 하는 모델입니다. 그럼에도 베스파가 이탈리아 스쿠터라는 것만 알 뿐, 역사가 어떻다거나 타기 까다롭다거나, 독특한 메커니즘을 가졌다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몸체 전체가 하나의 철 덩어리로 구성된 모노코크 본체에, 카랑카랑한 배기 음과 희뿌연 연기를 내뿜는 2스트로크 엔진, 클러치를 잡고 손목을 돌려 변속하는 수동 변속 시스템, 플로어에 위치하여 내리 밟아 작동하는 뒤 브레이크, 낮은 핸들과 높은 시트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포지션, 철제 본체에서나 가능한 높은 질감의 도장 등 베스파는 스쿠터 브랜드로서 어떤 메이커와도 다른 독특함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스쿠터와는 다르게 트렁크 공간도 없었고, 편하게 운전할 수도 없었지만 날렵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날카로운 달리기를 바탕으로 한 원메이크 레이스도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베스파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 전세계에 퍼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스쿠터에 대한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2스트로크 엔진은 설 자리를 잃어 갔습니다. 일본 브랜드들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유럽 브랜드들을 차례로 쓰러뜨렸고, 스쿠터의 편리함이 점점 주목을 받으면서 베스파의 비싼 제조 방식과 불편한 운전은 소수의 마니아만 양산할 뿐 대중적인 인기를 잃어 갔습니다.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면서도 그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이어갔던 베스파는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77년 생산이 시작되어 베스파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을 남긴 피엑스(PX)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생산을 끝냈습니다. 피엑스는 구식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지닌 마지막 클래식이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발표된 새로운 모델에는 평범한 자동기어와 부드러운 엔진이 얹혔습니다. 디자인 콘셉트는 그대로지만, 모든 것이 현대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베스파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10여 년 전 전통적인 공랭 엔진을 버리고 수랭으로 바뀐 포르셰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공랭 박서가 아니면 포르셰가 아니라며 불매운동도 마다않았죠. 그것은 베스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인 디자인과 메커니즘을 포기한 베스파는 진정한 베스파가 아니라며, 전통의 클래식 모델 팬들은 새로운 베스파를 거부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점점 더 높은 기술력과 환경 보호를 요구하고 있고 문명의 이기는 응당 그것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베스파도 다른 유럽 전통 브랜드들처럼 변화된 환경을 잘 이겨 낼까요? 판단은 소비자들이 할 것입니다.

임유수/<스쿠터앤스타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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