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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경과에 따른 미세한 변화를 음미하라. 일년만에 찾은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의 승마 목장 바운더리 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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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천편일률적인 정보의 속박에서 탈출하는 두번째 여행의 기술
홍콩을 다섯차례 여행했다. 그 중 세차례는 트레킹에 나섰다. 모눈종이처럼 빈틈 없이 재단된 도시의 이미지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홍콩과 트레킹의 조합은 이상하게 생각되겠지만, 홍콩은 70퍼센트 이상이 녹지대이며 등산과 트레킹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도 풍성한 편이다. 홍콩 섬 동남쪽 끝부분과 라마섬의 트레킹 코스에 오르면 쇼핑과 야경의 도시가 아닌 녹색의 도시 홍콩이 유장하게 펼쳐진다.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한 가지 이미지에 속박되지 않는다. 조금만 속살을 파고들면 새로운 ‘그림’과 뜻밖의 ‘이야기’가 마중 나온다. 그래서 특정한 나라나 도시를 두 번째 찾을 때는 알려진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여행할 때 일부러 지도를 보지 않는다. 지도가 없으니 현지인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길찾기를 매개로 자연스레 말을 섞다보면 천편일률적인 사전 정보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내서나 인터넷에서 구할 수 없는 ‘그들만의 정보’를 종종 얻게 된다.
관문 구실을 하는 수도보다 지방 소도시에 더 마음이 쓰인다. 진동한동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주변 풍경과 도시의 디테일과 사람 사는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영국인들이 애지중지하는 스코틀랜드의 휴양 마을 ‘피트로흐리’, 중세와 현대가 천연덕스럽게 혼재돼 있는 벨기에의 ‘앤트워프’, 예술과 생활의 아름다운 밀착을 보여주는 뉴질랜드의 ‘넬슨’은 에든버러와 브뤼셀과 웰링턴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품에 넣은 보석과도 같은 도시들이다. 에멜무지로 들어선 소로에서도 유수한 정경과 아기자기한 상점을 만날 수 있으니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는 여행의 오랜 경구도 떠올리게 된다.
같은 지역을 두 번 이상 방문한다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는 의미도 된다. 최초 여행 때 작성했던 ‘관광 리스트’ 중에서 자신의 기호에 맞는 것만 추려 ‘풍경의 안쪽’까지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미세한 변화를 음미하는 것도 두 번째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촬영지였던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의 승마 목장 바운더리 랜치를 일 년 만에 다시 찾았을 때, 인근 산이 뿜어내는 장쾌한 풍광은 그대로였지만 한 살 더 먹은 말들은 한결 수굿해져 있었다.
홍콩의 트레킹처럼 새로운 아이템이나 테마에 도전해보는 방법도 물론 좋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를 처음 찾아 리조트와 해양 스포츠에 집중했다면, 재방문 때는 동남아시아 최고봉을 보유한 키나발루산을 등정하거나 코타키나발루에서 남서쪽으로 3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섬인 ‘풀라우 티가’에서 에코 투어를 즐겨볼 만하다. 휴양지 코타키나발루가 훨씬 역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글·사진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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