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6 19:52
수정 : 2008.03.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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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나미벤토’ 먹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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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4월이 되면 일본의 화제는 단연 ‘

’(さくら, 사쿠라)다. ‘사쿠라’는 ‘벚꽃’을 말한다. 3월 하순 북상해 피기 시작하는 벚꽃은 4월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일본 열도를 수놓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탁탁 멎게 하는 절경이 전국 각지에 가득하다. 일본에서는 일년 내내 시기에 맞는 다양한 ‘祭り’(まつり, 마쓰리, 축제)가 열리는데, 4월에 열리는 ‘花祭り’(하나마쓰리)야말로 단연 최고다. 티브이에서는 벚꽃 물결이 지금 어느 지역까지 올라와 있는지를 매일 방송하는데, 이 시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문장 중의 하나는 ‘

が

く季節’(사쿠라가 사쿠 기세쓰)다. ‘

く’(さく, 사쿠)는 동사이며 ‘(꽃이)피다’라는 뜻. ‘季節’(きせつ, 기세쓰)는 글자 그대로 ‘계절’에 해당한다. ‘사쿠라가 피는 계절’이 오면 각종 업체에서는 수만 가지 계절상품을 쏟아낸다. 벚꽃을 디자인 콘셉트로 한 옷, 휴대폰, 생활용품, 신발, 과자 등등 그 종류와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난히 ‘한정상품’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은 특히 ‘사쿠라’가 피는 시기에 한정판매되는 상품에 큰 애착을 보인다.
이 중에서도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한정상품 가운데 하나는 꽃놀이에서 먹는 도시락을 뜻하는 ‘お花見弁

’(おはなみべんとう, 오하나미벤토). ‘お花見’(おはなみ, 오하나미)는 ‘꽃놀이’라는 뜻인데, 벚꽃이 피는 4월부터 일본 전국 각지의 벚나무 아래서는 ‘오하나미’가 열리기 시작한다. 꽃놀이라고 해서 어디 산으로 가거나 좀 먼 외곽지역으로 나가는 일을 생각하기 쉽지만 동네 공원에만도 수천 그루의 사쿠라가 피는 것이 일반적이라 맛있는 도시락과 약간의 술을 싸들고 가까운 벚나무 밑에 직장동료, 가족, 친구 때로는 연인이 모여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이 일본인들에게는 최고의 ‘오하나미’다. 그리고 이때 먹는 ‘오하나미벤토’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한정 상품이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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