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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6 22:20 수정 : 2008.03.26 22:20

그릇이 네 기분을 전환케 하리라

[매거진 Esc]

전통 옹기에서 이딸라 오리고 시리즈까지, 요리를 새로운 그릇에 담는 재미

옷이나 액세서리 쇼핑에는 인색해도 계절 따라 기분 따라 식탁을 풍성하게 꾸며줄 그릇을 사는 것만큼은 인색할 수 없는 것이 살림하는 여자들의 마음이랄까. 요리를 잘하든 못하든 여자들에게 그릇은, 잘빠진 하이힐보다 더 매혹적인 욕망의 대상이다. 가볍고 안 깨진다는 만만한 코렐 그릇은 늙어서 팔에 힘 빠지면 꺼내 쓰기로 하고, 바야흐로 꽃피는 춘삼월이니 살림 늘린다는 느낌으로, 남편 눈치 안 보고, 양심의 가책도 느낄 필요 없이, 멋진 그릇 하나쯤 장만해야 할 계절이다.


실용적이면서 그림도 되는 도자기 티세트


그릇이 네 기분을 전환케 하리라
올봄 진짜 그릇으로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면 고급스런 자태와 볼수록 빠져드는 깊은 맛의 명품 도자기 티세트에 눈을 돌려보자. 디너세트는 한식 상차림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실용성은 없지만, 티세트는 친구들 모임이나 손님이 왔을 때 약간의 다과를 곁들여 멋진 찻상을 차려낼 수 있고, 장식장에 놓아도 그림이 되기 때문에 훨씬 실용적이다. 한두 해 전만 해도 포트메리온이나 웨지우드 버터플라이가 인기였다면 요즘은 좀더 고급스럽운 느낌의 웨지우드나 로열코펜하겐, 스포드 등이 눈길을 끈다. 낡고 오래된 느낌을 좋아한다면 버얼리나, 빌레로이앤보흐 디자인의 나이프 등 묵직한 것들도 노려봄직하다.

실용주의자에게는 도자기보다 디자인이 단순하면서 실용적인 제품들이 있다. 북유럽 특유의 선명한 색상의 조화가 경이롭기까지 한 이딸라 오리고 시리즈, 낮은 톤의 파스텔 색상이 매력적인 호가나스, 선명한 색상에 묵직하고 튼튼한 미국 브랜드 시라쿠스 등은 큰 접시나 머그 등 단품으로 사두면 경박하지 않으면서도 주방에 산뜻한 포인트 색상이 되어준다. 또 묵직하고 튼튼한 것이 실용적이라 평소에도 막 쓸 수 있어서 좋다.

요즘 내가 푹 빠져 있는 것은 그릇에 담겨 있는 요리에까지 깊은 손맛이 저절로 배일 것만 같은 전통 옹기와 질그릇이다. 날마다 쓰는 그릇이 마음에 들어야 밥하고 상 차릴 맛도 나는 법. 그래서 추천하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 질그릇과 옹기그릇, 그리고 너무 화려하지 않은 일본 그릇들이다. 찬장에 이런 그릇을 크기별로 디자인 별로 차곡차곡 쌓아놓고 나물반찬은 여기, 김치는 저기에 하면서 이리저리 어울리는 그릇을 찾다 보면 재미도 있고 상차림도 멋져진다.

신기한 것은 이런 전통 그릇들은 모양이 제각각이어도 묘하게 서로 어우러지고 한식은 물론 양식이나 다과에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일본 그릇도 너무 화려한 것을 피해 적절히 사두면 전통 그릇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하게 되어 좋다. 그릇을 살 때도 세트보다는 마음에 드는 것을 단품 위주로 사서 잘 섞어 사용하고, 작고 귀여운 그릇보다는 식탁에 힘을 주는 지름 25∼30㎝정도의 큰 그릇을 좋은 것으로 서너 개 사 놓아야 한다.

눈은 하늘만큼 높은 데 지갑은 얇은 이상주의자(?)는 백화점 대신 남대문 시장에 가볼 일이다. 일명 도깨비시장이라고도 하는 대도상가 지하 시(C)동과 이(E)동에는 웨지우드, 레녹스, 노리다케, 니코 등 값비싼 명품 도자기가 백화점보다 20∼30% 싼 가격표를 얌전히 붙이고 좁은 시장통로에 다닥다닥 붙어 겸손하게 진열되어 있다. 이딸라나 호가나스도 남대문 대도상가 이(E)동 지하에 가면 구경할 수 있고, 시라쿠스나 일식기는 남대문 중앙상가 시(C)동 3층 중앙상사에서 살 수 있다. 남대문의 가격은 보통 백화점 정가의 60∼80% 선이지만 정찰제가 아니므로 미리 값을 알아보고 쇼핑에 나서는 것이 좋다. 때로는 백화점에서 큰 폭으로 세일을 할 경우 남대문보다 쌀 수도 있으므로 가격비교는 필수다.


지갑이 얇은 자는 남대문 시장으로


‘이딸라’ 오리고 그릇 세트(위), ‘호가나스’ 그릇 세트(아래).
개인적으로 프린트 색감이 상큼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아 명품다운 품위를 지닌 웨지우드 와일드 스트로베리 티세트와 볼수록 빠져드는 짙은 파란색의 스포드 블루 이탈리안 티세트를 사모으는 중이다. 웨지우드는 매년 생일 때마다 남편을 남대문 시장으로 끌고 가서 생일 선물로 사 내놓도록 종용하는 아이템이다. 우아한 디자인의 웨지우드 피오니 와일드스트로베리 찻잔은 백화점에서는 한 조에 9만5천원, 티포트는 0.8ℓ가 25만원이 훌쩍 넘는다. 반면 남대문에서는 찻잔 한 조가 4만원, 티포트는 18만원이면 된다. 대도상가 이(E)동 장원교역이라는 곳은 웨지우드 제품을 가장 많이 갖췄다. 이 매장 주변으로 각종 수입명품 그릇을 파는 가게들이 쭉 늘어섰는데, 노리다케 찻잔은 1만8천원, 화사한 무늬로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웨지우드 커피잔은 1만8천원, 2만4천원에 팔린다.

단, 시장에서 그릇을 살 때는 반드시 새로 가져온 것도 박스 포장을 풀어서 흠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사야 후회하지 않는다.

김이연/ <쇼핑스캔들> 저자, blog.naver.com/aliceacis
사진 박미향 기자
사진제공 ‘셰어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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