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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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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의 친구들
여행하면서 사진 찍고 글 쓰는 게 일인지라 어디든 가려고 하면 카메라 가방이 너무 무겁다. 당일치기 국내 여행이든, 몇 달 장기 여행이든 다른 짐에 비해 카메라가 과하다. 다른 여행작가나 사진기자들에 비하면 오히려 적게 들고 다니는 편인데도 매번 “휴~ 무거워” 소리가 절로 나온다. 눈썹도 떼놓고 가고픈 게 여행인데, 하물며 카메라 가방이야 말해 무엇하랴. 사진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부담되지 않을 만큼 최소한으로 가져가는 게 상책이다. 대신 메모리카드를 넉넉하게 가져가자. 저장 용량이 모자라서, 시디 굽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애먹는 이들을 많이 봤다. 여행작가라고 하면 어떤 장비를 갖췄는지 궁금해한다. 가방을 열어 보면 별거 없다. 주로 사용하는 건 니콘 D200. D3이 욕심나긴 하지만 D200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부족한 건 내 실력일 뿐 …. 여기에 렌즈 두세 개를 필요에 따라 바꿔 끼워가며 쓴다. 가벼운 국내 취재일 땐 서브 카메라로 똑딱이 디카를 가져간다. 큰 카메라를 꺼내기 귀찮을 때 간편해서 좋다. 슬라이드 필름으로 남겨 놔야지 싶을 때는 필카도 챙긴다. 막상 현장에 가면 잘 꺼내지지 않는다. 며칠 전 당일 취재 때도 가져가긴 했으나 디카만 사용했다. 가방만 무겁게 만든 꼴이 됐다. 첫 배낭여행엔 자동카메라를 가져갔다가 여행기간이 반 정도 지났을 때 야간열차에서 도난당했다. 카메라 없이 다녀도 별 불편은 못 느꼈다. 오히려 머릿속에 남은 이미지는 카메라를 잃어버린 뒤가 더 생생하다. 하루 종일 발로 누빈 파리의 거리들이며, 스위스의 그림 같은 호수 도시, 스산한 비구름에 잠겨 있던 스코틀랜드는 ‘포샵’ 처리까지 더해져 기억 앨범에 남아 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도 아름답지만 눈으로 찰칵 찰칵 찍어 무한 용량의 마음에 저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음에 드는 여행지에서는 일부러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친구가 있다. 그는 다짐한단다. “다음에 와서 꼭 찍어야지.” 김숙현/ 여행작가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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