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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즈’ 홈페이지. ‘파미쿠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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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일본식 영어 발음이 독특하다는 사실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일 중 하나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인데도, 전혀 새로운 차원의 발음을 선보이는 경이로운 현실 덕분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제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truck’을 ‘토락쿠’라고 발음하거나, ‘tunnels’가 ‘톤네루즈’로 통하는 것은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서라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break’라는 단어에 ‘~하다’라는 뜻의 동사형 어미 ‘~する’(스루)를 합쳐 ‘ブレイクする’(브레이크스루)라는 동사가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도 아니다. ‘ブレイクする’(브레이크스루)는 어떤 신인 배우나 작품 등 무언가가 갑자기 큰 인기를 얻었을 때, 소위 ‘대박’이 났을 때 쓰는 말. 이렇게 일본어에는 종종 영어 단어를 그대로 합쳐 만든 표현들이 많고, 실제로 이런 말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쓴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말은 ‘파미쿠라’(パミクラ)였다. 처음 ‘파미쿠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일본어가 아닌, 제3세계의 언어인 줄 알았다. ‘파미’는 ‘family’의 일본식 발음 ‘파밀리’의 앞 두 글자이고, ‘쿠라’는 ‘club’을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쿠라부’의 앞 두 글자다. 합치면 ‘family club’라는 뜻인데 유명 아이돌을 배출하기로 유명한 거대 기획사 ‘자니즈’에서 운영하는 팬클럽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기획사에는 각 그룹별로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하는 ‘파미쿠라’가 존재한다. 파미쿠라에 가입되어 있어야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살 수 있는데 연회비만 우리 돈으로 약 4만원 정도다. ‘파미’가 붙은 말은 이것 말고도 많은데, 또 한 가지 기억해 두면 좋은 단어가 바로 ‘파미레스’(パミレス). 어원은? 패밀리 레스토랑. 누군가가 파미레스에 가자고 하면 “밥 먹으러 가자”는 뜻이니 괜한 오해는 금물이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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