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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올해의 섹스토이’ 상을 받은 ‘더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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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성인용 장난감인 ‘어덜트 토이’와 관련해 재미난 사건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한 성인용품 회사에서 ‘더키’라는 오리 모양의 여성용 바이브레이터를 내놓은 적이 있다. 생김새는 영락없이 목욕탕에서 나뒹구는 오리 모양 고무 장난감. 이름 역시 ‘오리’를 귀엽게 부르는 ‘더키’인 이 노란색 고무 장난감은 누르면 빽빽 소리까지 나는 제대로 된 장난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친구가 여성용 자위 기구라는 점. 몸 안에 모터와 진동 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배터리를 넣는 ‘더키’는 비밀스럽게 놓여진 단추만 누르면 부르르 온몸을 떠는데 오리 뒤통수가 영락없는 남자의 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 안에서 엄마나 누이의 바이브레이터를 발견했을 때의 민망함을 최소화시킨다는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들고 나온 ‘더키’. 그렇지만 ‘더키’는 출시 초기 그리 많은 양이 팔려나가지 않았다. 불편하기도 했고 길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아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랬던 ‘더키’가 결정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엉뚱하게도 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메신저 프로그램 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이 메신저 프로그램에는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아이콘처럼 올릴 수 있지만 프로그램 자체에도 예쁜 그림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그 메신저 제작사의 프로그래머가 귀엽고 예쁜 그림을 찾아 넣다가 이 ‘더키’ 그림을 넣은 것이다. 귀여운 오리 장난감 그림이라고 올려놨는데 알고 봤더니 므흣한 장난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키’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 중반에는 관련된 상도 받게 된다. 황급히 메신저 프로그램 샘플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 다음에도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 뒤 금붕어, 애벌레 등 다양한 모양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예쁜 오리 그림으로 전세계의 컴퓨터를 누빈 여성용 바이브레이터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눈에 들어찬 것만 맞다고 고개 끄덕이는 우리네 건방진 이성(理性)의 유쾌한 실수담이 아닐까. 김혁 장난감 수집가·테마파크기획자 blog.naver.com/khegel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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