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탁현민의 말달리자
|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음악의 용도는 휴대전화 벨소리나 통화연결음 정도로 전락해 버렸다. 듣기 좋은 노래보다 쓰기 편한 노래들이 늘어난다. 그러나 노래가 여전히 우리의 감성을 위로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생각해 보면 노래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말씀에 가락을 싣고, 거기에 높고, 낮은 소리를 부여할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의미를 말로 전달했을 때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감성을 흔들고, 때로는 의미 이상을 전달해 주니 노래야 말로 소통의 완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사랑 고백을 노래로 하는 것은 이미 오랜 역사이고, 기쁘면 기쁜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노래는 나의 감정을 너에게 전달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요즈음 소통과 관계의 위기가 대두되며 너나없이 대화의 답답함과 울렁증을 느끼니 이게 다 노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다시 노래하여야 함이 당연하다. 노래는 단지 음악에 얹어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음절 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높낮음을 주어 나의 마음이 그대의 마음으로 들어가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말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며, 상대의 감성을 깨우는 작업이다. 뭔가 흥얼거리며 노래하는 사람치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설사 괴롭고 슬픈 마음에 노래를 부른다 해도 그 노래는 어떤 친구보다 위로가 되어준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노래는 소통의 최고 단계이며 말씀의 완성이다. 지난주에는 새로 앨범을 낸 가수 강산에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어느 섬에 다녀왔다. 이틀 동안 같은 노래를 들으니 좀 지루한 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종일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이 얼마나 호사인가 싶기도 했다. 가서 보니 남쪽 바닷가엔 벌써 동백이 한창이더라. 봄이다. 부를 노래 없으면 콧노래라도 흥얼거림이 좋을 듯하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