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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현대미술전시축제인 뉴욕의 아모리 쇼에서. 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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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27
서울컬렉션을 끝내자마자 날아갔던 뉴욕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날이었다. 길을 걷다가 본 큰 포스터를 보고 난 비행편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만 듣던 그 쇼를 지금 할 줄이야. 포스터에 적혀 있던 건 ‘아모리 쇼’.(armory show: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근대미술전) 정말이지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던 아트페어였다. 현대미술은 최근 큰 관심사의 하나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미술관을 가봤지만 고전 작품을 보는 건 뭐랄까, 에펠탑에 오르는 것처럼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 기분이다. 반면 현대미술은 변화나 새로움의 긴장이 느껴져서 좋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대학가요제와 같은 신선함은 보는 사람까지 설레게 한다. 몰래카메라로 안 찍어도 된다니… 세계적으로 미술 시장이 커지기 때문인지 철마다 달마다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아트페어가 열린다. 5월의 시카고나 6월의 바젤, 지금 하는 미국의 아모리 쇼, 독일의 퀼른, 스페인의 아르코, 영국의 프리즈 아트페어 등등 유명한 아트페어만 꼽아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특히 2월에 개최되는 아모리 쇼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는 중이고, 영국의 프리즈는 명실공히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입지를 굳혔다고 한다. 현대미술을 열심히 찾아보려는 건 디자이너로서 내 눈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꺼이 비행 취소 벌금을 내고 다음날 아침밥도 먹지 않고 아모리 쇼장으로 갔다. 10시 반에 갔는데 너무 한산하다. 그래서 혹시 어제로 끝난 게 아닐까 순간 당황해 문앞의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12시에 문을 연단다.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정오에 맞춰갔더니 역시나 벌써 멀리까지 줄을 서 있었다. 차례로 줄을 서 들어가는데 소방차 한대가 와서 줄 한가운데를 끊었다. 짜증이 나기보다는 행사의 안전을 생각하는 그들의 준비가 선진국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장 안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예술가들의 노고가 담겨 있지 않은가. 한참을 줄 선 뒤 안으로 들어갔을 때 먼저 놀랐던 건 많은 사람들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던 것이다. 보통의 뮤지엄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한다. 나는 뮤지엄에서 사진을 찍다가 걸린 적도 많고 지금은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뮤지엄 몰래카메라의 달인 수준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는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들머리 세 갈래 길에서 내키는 대로 따라간 곳에는 역시나 처음부터 흥미로운 작품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벽걸이 티브이나, 엘이디 전광판 등 다양한 현대적 기술이나 보통의 물감과 다른 색채재료들을 활용한 소재의 다양함이 흥미로웠다. 원단과 봉제와 다양한 패턴을 써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아이디어의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세계 곳곳 갤러리 홍보물이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국제 갤러리가 눈에 띄었다. 이 많은 갤러리 중에 한국 갤러리가 하나도 없었으면 좀 서운했을 것 같다. 아모리 쇼를 보면서 한국에도 세계 여러 나라 아티스트들이 많이 참여하는 아트페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한국국제아트페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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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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