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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 중 바닷가에서 만난 개의 뒷모습. 녀석과 함께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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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고경원의 애니멀 퍼스트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비수기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는 걸 깨닫고 새삼 놀랐다. 나는 늘 떠나는 사람보다 머무르는 사람 쪽에 가까웠으니까. 여행하면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맛집 탐방이나 쇼핑도 관심 없었고, 관광명소 앞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나 여기 다녀왔소∼’ 하고 증명사진 찍는 건 더더욱 질색이었다. 게다가 낯선 곳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가이드북을 사고, 인터넷 자료를 갈무리하고 경험담을 읽다 지쳐서, 여행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그냥 쉬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휴가가 주어져도 ‘세상에는 여행보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도 있는 법이지’ 하고 되뇌면서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뒹굴뒹굴 놀곤 했다. 한데 날이 풀리고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갑자기 여행 병이 도지는 건 무슨 조화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싫었던 건 여행 자체가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의 여행이 아니었을까? 최단 시간에 많은 지역을 도장 찍듯 황급히 둘러보는 여행, 남들이 여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 한다며 짜 준 코스를 그대로 답습하는 여행 말이다. 하지만 고양이들이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낮잠 자는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을 채워줄 ‘맞춤 여행코스’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행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밥벌이 하는 틈틈이 그걸 다 준비하려다 보니 짐 싸기도 전에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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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애니멀 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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