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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9 20:14 수정 : 2008.04.09 20:14

‘테이크 아웃 드로잉’에서 들릴 듯 말 듯 노래 부르는 이아립. 이명석

[매거진 Esc] 이명석의 카페정키

겉보기엔 멀쩡했다. 그러나 카페에 들어간 우리는 10초도 안 돼 튀어나오고 말았다. 때마침 갈고 있던 원두의 시큼한 군내 때문에? 솔직히 그 정도의 경륜은 못 된다. 메뉴판의 가격이 터무니없어서? 비싼 값의 정체가 궁금해 주저앉기도 한다. 코가 아니라 귀를 찔렸다. 시끌벅적한 수다와 소음은 차라리 참을 만했다. 음악이 우리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요즘 들어 패스트푸드점이나 빵집들이 산뜻한 카페 간판을 내거는 일이 잦아졌다. 가끔은 들어가지만 자리에 붙어 있으려면 속이 울컥울컥한다. 상큼한 외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끄러운 댄스 가요들이 귓전을 때려대기 때문이다. 단지 그 카페를 찾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걸까? 저음질의 엠피3 두세 곡을 끝없이 틀어대는 건, 무신경이 아니라 배짱과 소신이다. 좌석 회전율을 높이는 데 그만한 방법이 없다.

방구석에 변변한 오디오도 없고, 시간 맞춰 라디오를 켜지 않으면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도 없었던 때에 카페는 음악 감상실 구실을 자임하기도 했다. 모두가 엠피3 플레이어 하나씩은 끼고 다니는 시대에 카페가 음악의 오아시스가 되겠다는 생각은 주제넘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 카페를 찾는 손님이 헤드폰을 찾아 볼륨을 높인다면 조금은 반성해야 하리라.

홍대 앞에는 음악 듣는 즐거움만으로도 흡족한 카페들이 몇몇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의 비슷비슷한 음악 스타일은 조금 질리기도 한다. ‘일본 가수가 부르는 보사노바 리듬의 프렌치 팝’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음악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이파네마 해변의 싸구려 아파트에서 옆방에 들릴까봐 속삭이듯 노래를 부르던 보사노바 가수의 목소리는 이국적이면서도 평온한 배경 음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카페에서 방금 태어난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누린다. 지금은 없어진 ‘그늘’에서는 조용히 기타를 두드리며 혼자 연습하던 가수가 있어 좋았다. ‘호호 미욜’에서 생각지도 않은 반도네온 연주를 들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도 부럽다. 카페를 사랑하는 뮤지션들은 아마도 그 카페 같은 노래를 만들고 있을 거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밴드 ‘모카’(Mocca)는 왜 고향의 자바를 버리고 모카를 택했을까?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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