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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9 20:08 수정 : 2008.04.10 15:15

앞차·옆차에 따라 속도까지 자동으로 맞춰주는 쌍용차 체어맨 W

[매거진 Esc]전문가 3인의 자동차 해부교실
- 앞차·옆차에 따라 속도까지 자동으로 맞춰주는 쌍용차 체어맨 W

10년 동안 조용하게 도로 위를 달려온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이 지난 1월 ‘W’(더블유)를 뒤에 달고 새로 태어났다. ‘국내 최초’와 ‘국내 최고’,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를 줄줄이 단 체어맨 더블유를 전문가 3인과 함께 차근차근 파헤쳐보자.

장진택 <지큐> 편집 차장
벤츠를 지독하게 닮았네

체어맨 더블유는 명실상부하고도 형용상종한 대한민국 최고의 자동차다. 대한민국에서는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5천cc 배기량이 그렇고, 일곱 단계로 기민하게 변속되는 트렌스미션이 그렇고, 찬란하고도 눈부시게 굴러가는 19인치 크롬도금 휠이 또 그렇다. 최초로 1억원을 넘는 가격표까지 당당하게 붙였다. 이 같은 자신감 뒤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든든한 후광이 있다. 엔진과 트렌스미션이 벤츠의 것이고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골격 역시 벤츠의 것을 들여와 이리저리 늘린 것이다.

덕분에 이 차의 주행감은 벤츠와 꽤 비슷하다. 묵직하게 치고 올라가는 가속감이나 속도가 오를수록 바닥을 파고드는 안정감이 특히 그렇다. 다만 서스펜션의 구성이 대한민국 회장님들께 맞춰져 다소 무르다. 덕분에 뒷좌석은 벤츠보다도 안락하지만 독일 세단 특유의 완고함은 단물 빠진 껌처럼 흐물흐물해져서 초고속 주행이나 초자연적 코너링을 연기하는 능력은 없다. 이런 면은 오히려 벤츠나 베엠베 등을 너무 딱딱하다며 꾸짖는 회장님께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겠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체어맨 더블유는 벤츠를 지독하게도 닮았다. 삼각별 엠블럼만 올려놓으면 바로 벤츠 가문의 일원이 될 법한 외모다. 혹자는 이 모습을 두고 벤츠를 모방했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이건 뭘 모르는 소리다. 뼈대와 엔진, 변속기 등이 벤츠에서 왔으니 벤츠를 이 정도 떠올리도록 닮은 게 도리어 당연하다. 다만 실내에 준비된 미래적인 장치, 이를테면 앞차의 속도에 따라 속도를 알아서 조절하는 크루즈 컨트롤 장치, 노면 상황이나 운전자 특성 등에 따라 차체의 높이와 감쇠력을 조절하는 신기한 서스펜션, 버튼 하나로 조작되는 주차 브레이크, 공기압을 알아서 체크하는 타이어 등 진보적인 장치가 가득한데 외모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서 아쉽다.



체어맨 W
하지만 이 정도의 아쉬움은 전체적으로 부족한 꼼꼼함, 치밀함 앞에서 금세 증발된다. 대한민국 최고 장치들이 모여 있는 실내에서 특히 그런 걸 느꼈다. 각각의 장치와 소재, 마감 등은 모두 괜찮지만 전체적인 조화가 부족해서 기품이 떨어진다. 최고급 세단의 우드그레인은 반짝거리는 것 못지않게 깊이감 있는 광택이 중요하다. 또한 체어맨 더블유의 질박한 멋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램프에서 나오는 디지털적인 광선보다 누런 전구에서 발산하는 아날로그적 채광이 어울린다.

이경섭 <모터 트렌드> 편집장
사용법 완전정복 불가능?

돈만 있다면 누구나 좋아하는 차를 골라서 타는 시절이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입맛에 맞는 차를 타고 다니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입차를 타기 껄끄러운 사람들. 국산 대형 세단은 바로 이런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쌍용 체어맨 더블유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마지못해 타는 차선이 아닌 실력으로 선택받는 최선의 차가 되겠다는 것이다. 광고에서부터 이렇게 외친다. “대한민국 경영자(CEO)들이여, 이 차를 타라”고. 체어맨 역시 경영자들에게 사랑받는 차였다. 벤츠 에스 클래스를 연상시키는 중후한 외관에 벤츠의 파워트레인을 얹고 사뭇 차별화된 이미지로 꾸준한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제 그 정도로 통하는 시절은 지났다. 남의 눈이 무서워 수입차를 못 타는 사람들도 점점 준다. 후계자는 확실히 달라야 했다. 수입차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뭔가를 지녀야 했다.

국내 최초 벤츠 7단 변속기, 국내 최초 19인치 휠, 배기량은 국내 최고인 5천cc이고 음성으로 시디를 바꾸거나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바꾸는 음성인식 시스템도 국내 최초다. 5년 10만㎞ 품질 보증은 국내 최장. 하만 카돈 오디오는 스피커가 무려 17개나 된다. 광활한 트렁크는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쑥 집어넣고도 남는다. 냉온 기능이 있는 항공기 1등석 수준의 가죽 시트 역시 국내 최초.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주행할 때 주변 차들의 상황과 속도를 감지해 차가 알아서 가속과 감속을 해주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켜두면 운전자는 가속과 감속이 따로 필요 없이 운전대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이런저런 다양한 기능과 옵션을 모두 설명하기엔 지면이 부족하니 그냥 이렇게 이해하자. 체어맨 더블유에 없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체어맨 W
그러면 이 모든 기능을 갖추었으므로 고객들이 돈다발을 들고 줄지어 매장으로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가? 글쎄, 답변이 쉽지 않다. 1인분에 5만원쯤 하는 고급 한정식을 떠올려보면 비슷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귀띔하자면, 모든 것을 다 갖춘 체어맨 더블유에도 불가능한 두 가지가 있다. 수동변속기 주문, 그리고 사용법 완전 정복. 두 번째는 고시공부 수준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

김우성 <비비시 톱기어> 편집장
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지난 1997년 데뷔한 체어맨은 레저용 차량(RV) 전문 브랜드 쌍용의 유일한 승용차이자 기함이다. 한때 옛 대우자동차 로고를 붙이는 등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지난 만 10년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켜왔다. 데뷔 당시부터 체어맨이 내세운 가장 큰 무기는 벤츠의 구동계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벤츠 엔진과 기어박스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승용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허약했던 쌍용의 브랜드 파워를 상당 부분 보충해주는 결정적 구실을 했다.

우리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체어맨의 위치는 상당히 독특하다. 상대적 소수파임에도, 체어맨은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부유층에게 ‘고급’이라는 인상을 확실히 심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년 이상 특별히 나쁜 인상을 주거나 구설수에 휘말린 적 없이 꾸준한 생명력을 이어온 것이야말로 체어맨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하겠다. 체어맨 더블유는 단순히 신형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 차다. 그간 갈고닦은 쌍용의 고급 세단 만들기 비법이 고스란히 스며든 차이자, 10년 넘게 정성껏 축적해온 한국 고객들의 취향 분석 자료를 낱낱이 담아낸 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체어맨 W
이 차는 ‘한국 최초’로 가득하다. 국산차 최초로 V형8기통 5천cc 대용량 엔진을 얹었으며(물론 벤츠 엔진이다), 국산차 최초로 7단 자동기어를 준비했다.(이 또한 벤츠 제품)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과 세계 최초 3세대 와이드 스캐닝 레이더를 적용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는 물론 옆 차선을 달리는 차까지 스스로 감지해 주변 차와 속도를 맞춰가며 알아서 달리는 첨단장비.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는 설정해둔 주행속도를 넘지 않으면서 주변 교통 흐름에 맞춰 희한하게 달린다.

지금까지 체어맨 시리즈가 그래왔듯, 체어맨 더블유는 보수적인 디자인에 호사스러운 장비와 고급 장식으로 가득한 ‘아주 성공한 아버지의 차’이자 ‘가장 한국적인 고급 승용차’다. 일년 내내 뒷좌석을 애용하는 부유층에게는 수입차가 부럽지 않을, 확실한 대안이 될 것 같다.


체어맨 W 주요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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