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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6 21:46 수정 : 2008.04.16 21:46

일본의 이혼신고 서류

[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成田離婚’(なりたりこん, 나리타리콘)이라는 말이 있다. ‘成田’(なりた, 나리타)는 도쿄 근처 국제공항이 있는 곳의 지명이고 ‘離婚’(りこん, 리콘)은 한자 그대로 우리말의 ‘이혼’을 뜻한다. 그런데 ‘나리타리콘’이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의역하면 그야말로 ‘나리타 공항에서 하는 이혼’을 가리키는 이 말은 90년대 일본 사회에 널리 퍼진 한 유행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신성한 결혼에 골인해 외국으로 꿀맛 같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커플이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혼에 합의하고 각자 다른 집으로 돌아가는 ‘초스피드’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지금은 흘러간 유행어라 잘 쓰이지 않지만 한때 이 단어를 제목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되었을 정도로 이 현상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었다. 우리보다 혼전관계나 동거에 훨씬 더 개방적인 일본은 여전히 결혼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면서도, 동시에 이혼에도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구청에 ‘結婚’(けっこんとどけ, 겟콘토도케)를 제출하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결혼식 같은 형식적인 관례를 치르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이혼 역시 ‘離婚’(りこんとどけ, 리콘토도케, 사진)를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とどけ, 토도케)는 ‘(신고) 서류’ 정도의 의미다. 이혼이나 독신과 관련된 단어가 많은 것만 봐도 일본이 이런 일들에 얼마나 자유로운 정서를 가졌는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엑스(X)표’ 또는 잘못했을 때 받는 ‘벌’이라는 의미의 ‘罰’(バツ, 바쓰)라는 단어에 횟수를 나타내는 ‘一’(いち, 이치), ‘二’(に, 니) 등의 단어를 붙여 한 번 이혼 경력을 가진 사람은 ‘바쓰이치’(バツイチ), 두 번 이혼 경력을 가진 사람은 ‘バツニ’(바쓰니)라고 한다. 우리말로 풀자면 ‘호적에 줄이 몇 번 갔다’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대화 중 큰 위화감 없이 “バツイチです”(바쓰이치데스) 하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이미 20대에 ‘바쓰이치’인 사람도 적지 않다. 물론 이혼을 ‘바쓰’(罰·X)라고 표현하는 데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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