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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6 21:55 수정 : 2008.04.16 21:55

독일 뮌헨 박물관에 전시된 블록. 장난감 이전에 ‘건축 도구’이기도 하다.

[매거진 Esc]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레고 블록, 박사 블록 같은 블록 장난감이 본디 건축 도구, 엄밀히 말해 재래형 건축 시뮬레이션 장치였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1600년대, 1700년대 유럽의 건축가들은 교회나 성당을 지을 때 돌이나 나뭇조각들을 쌓아 올려 완성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며 토의를 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입체 조감도를 원하는 대로 보여줄 수 있지만 그런 게 있을리 만무했던 시절 볼록은 교회 건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건이었다.

건축가들은 지을 교회나 성당의 설계도를 그려서 완공 후의 모습을 설명했지만 도면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그 방법을 썼다. 설계가 끝난 교회 건물을 나무와 돌블록으로 쌓아서 재현한 후 건축을 주문한 성직자 앞에서 이른바 설명회를 한 것이다. 나름대로 정교 분리가 되었다고 해도 교회의 사회적 권위가 막강하던 시절, 신전을 짓는 이들은 단순한 건축가 이전의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건축물 공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나무나 돌조각을 사용한 이유는 그것을 본 사람들의 의견을 그 자리에서 받아들여 모습을 변형하기 위해서였다. “지붕을 조금 더 높고 뾰족하게 합시다!” “건축물의 구조를 웅장한 느낌으로 갔으면 하는데 ….” “건물의 오른쪽이 너무 허전하니 그곳에 다른 구조물을 세우시오!” 의견과 지적들이 나오면 건축가들은 그 자리에서 블록을 다시 쌓거나 해체시키며 “이렇게 말입니까?”, “저렇게 말입니까?”라고 물었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블록 장난감의 시초다.

건축 토론이 끝난 뒤 사용되었던 나무와 돌조각들이 어찌어찌 어린이들의 손으로 들어갔고, 그것을 가지고 놀면서 블록은 장난감으로 운명이 바뀌어 버렸다. 지금은 누구나 블록을 장난감으로 생각하지 저 웅장한 유럽의 성당이며 교회 건물들의 기초 시뮬레이션을 담당했던 건축 도구였다고 생각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장난감이 그런 대단한 역할을 해냈으리라 인정해 주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장난감수집가·테마파크기획자 blog.naver.com/k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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