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한국의 사진가들
배병우가 스페인 문화재국의 의뢰로 철마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일하는 사연
배병우(58)는 세계가 기억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의 사진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 주제는 소나무, 바위, 오름, 바다지만, ‘소나무 사진가’로 가장 이름이 높다. 가수 엘튼 존이 그의 작품을 사면서 화제에 올랐고, 지금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은 미술품 경매장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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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한 소나무는 프레임의 상하를 수직으로 가로지른다. 대나무의 수직 프레임과도 같지만, 아래위를 구불구불 잇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건 흡사 몰려든 군중 같다. 비틀거리는 사람, 비틀거리는 사람을 부축하는 사람, 싸우러 가는 사람, 늙은 어미를 돌보는 사람. 그러함에도 소나무의 곡선은 한없이 강인해 보인다. 아마도 곡선이 직선보다 강하다면 불규칙한 소나무의 곡선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소나무는 그 나라, 그 지역 사람을 닮았죠.” 배병우는 이렇게 말을 받았다. 한국 사람과 유럽 사람이 다르듯 한국 소나무와 유럽 소나무가 다르다. 뭍사람과 바닷사람이 다르듯 금강송과 해송이 다르다. 바닷가 소나무는 까맣고 거칠고 뒤틀렸다. 내륙의 소나무는 곧고 밝다. 같은 내륙의 소나무라도 해의 위치·토양·지형에 따라 생김새가 다르다. 그는 1980년대부터 전국의 솔숲을 샅샅이 뒤졌고, 84년부터 소나무를 작업 소재로 선택했다. 그래서 그는 안면도 송림과 울진 소강리, 경주 남산의 소나무 한 그루만 봐도 한눈에 출신지를 구분할 수 있다. 가로세로 비율인 1대2인 린호프 카메라를 들고 그가 최종적으로 매달린 건 경주 남산의 소나무다. 그는 “남산의 소나무는 왕의 영혼이 하늘에 올라가도록 도와주고, 더 이상 왕이 세상 일에 관심 갖지 않도록 막아준다”고 말한다. 배병우는 스페인 문화재국의 의뢰로 계절마다 한 번씩 2주 가량 안달루시아 알람브라 궁전에서 머물며 작업한다. 내년 봄 쯤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스페인이 낯선 동양 사진가에게 알람브라를 내준 이유는 정원 한가운데 소나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그가 속삭였다. “알람브라 뒤편 언덕길을 따라가면 아름다운 솔숲이 나와요” 조선 산수화에서 세계적 보편성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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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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