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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만날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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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의 친구들
“혼자 다니면 무슨 맛이냐?” 한다. 글쎄, 외로운 맛, 쓸쓸한 맛. 어쩌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맛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여행 다니는 일이 많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어도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기간이 길어지면 동행을 구하기란 더 어렵다. 게다가 혼자 여행해 보면 같이 다니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외로울 땐 사람이 그립지만 막상 동행이 나타나면 서로 다른 취향에 며칠을 못 버틴다. 세상에 혼자서 할 수 없는 여행이란 허니문 외엔 없을 것이다. 시작은 혼자지만 늘 혼자인 것은 아니다. 다니다보면 친구가 생기기 마련. 주로 숙소에서 만나는데 때로는 기차 안에서 의기투합하기도 한다. 마음이 통하면 하루나 며칠을 같이 다닌다. 그러다간 다시 서로 다른 길로 떠난다. 프라하에서 만난 베레베레는 나랑 참 잘 맞았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고, 수다스럽지 않고, 쓸쓸한 여행을 즐기고, 커피를 좋아했다.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됐다. 카를교 물안개를 찍으러 새벽길을 같이 걸었고, 체스키크룸로프라는 소도시도 함께 다녀왔다. 그가 먼저 독일로 떠나고 나는 프라하에 며칠 더 머물렀다. 아쉬운 이별을 했던 녀석이 1박2일 만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근 한 달을 붙어 다녔다. 녀석은 계획에 없던 동유럽을 일정에 추가했고, 난 그의 베네치아행에 기꺼이 동참했다. 덕분에 행복한 추억이 많이 생겼다. 친구가 여행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일깨워준 베레베레. 함께 여행할 기회가 또 생기기를 …. 글·사진 김숙현/ 여행작가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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