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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동 달동네에 오르는 길은 덕장길이다. 볕 좋고 바람 좋아 명태가 가득 널린단다. 유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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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이르니 구름이 뭉실뭉실하다. 도로 표지판에는 덕장길이라고 쓰여 있다. 구멍가게 주인에게 물으니, 이곳은 볕 좋고 바람 좋아 겨울이면 마을 여기저기 명태가 가득 널린단다. 주변에 쓰레기가 없고 깨끗하다. 산정 외곽으로는 일주도로가 놓여 있고 그 안에 작은 집들이 빽빽하다. 한데 그 길 끝에는 신축 고층 아파트도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서로 잘 아는데 그곳 사람들과는 모르고 지낸단다. 배가 고파 분식점에 들어갔더니 모녀가 운영하는 참한 가게다. 고등학교 때부터 엄마 일을 도와주던 딸은 이제 학업을 마치고 오스트레일리아로 간단다. 미용기술을 익혔다고 했다. 어미는 딸이 대견스럽다고 낯선 손님 앞에서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하얗고 커다란 등대가 서 있는 동쪽 비탈에는 집들이 더욱 다닥다닥 붙어 있다. 어느 집에서나 창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겠다. 한전에서 나왔는지 푸른 제복을 입은 개미만한 사람이 홀로 전봇대에 올라 전선작업을 하고 있다. 그 너머로 봄볕 받은 동해의 파란 물이 눈부시다. 이 동네에서 가장 먼저 봄볕에 취한 듯한 사내가 시멘트 길바닥에 엎어져 있다. 낮술 먹었나 보다. 별 탈 없나 곁에 가보니 막걸리 냄새가 확 밀려온다. 한데 하나도 역하지 않다. 이거야말로 봄 냄새로구먼! 사내 얼굴 쪽에 쪼그리고 앉아 조용히 속삭여봤다. 아저씨 집에 가서 주무셔야죠. 그러자 엎어져 있던 사내가 갑자기 몸을 돌려 눕더니 나를 빼꼼히 쳐다본다. 그러고는 따분하다는 듯이 이내 다시 엎어져 잠든다. 캔맥주라도 하나 까지 않을 수 없는 봄날이다. 미나리 실파에 막회 몇 점이 간절하구나 브레이크를 잡으며 덜덜덜 산길을 내려오자니 막연한 봄날에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적힌 ‘딸기다방’이란 간판이 눈에 박힌다. 그 아래는 이런 현수막도 붙어 있다. ‘놀라운 예지력. 운세 사주 마당. 당신의 고민 말끔히 상담’. 희한한 다방이로군. 마담이 무당인가? 스쿠터를 세우고 매니큐어를 바르는 아가씨에게 물으니 창가에 앉은 오십줄 돼 보이는 마담이 봐준단다. 저 여자, 달동네의 고달픈 사정을 퍽이나 들어 이제 거의 보살이겠지만 내 헬멧과 더블백 단봇짐을 흘겨보는 눈빛이 왠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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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용의 스쿠터 다방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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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렁출렁, 미식가들의 천국으로
▶ 호기심과 여행은 내 젊음의 묘약
▶ 물건이 왔다, 라이프특별조사팀
▶ 달동네 고민 말끔히 상담한다더냐
▶ 충격적인 입술엔 희열을 느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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