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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3 21:07 수정 : 2008.04.23 21:07

〈전원교향곡〉

[매거진 Esc]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전원교향곡〉 이경석 지음 팝툰 펴냄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전원일기>라는 명명은 꽤 우아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쪽은 ‘구성진 우리네 시골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는데 반해서 말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원일기> 속 ‘전원’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도 그리움을 느끼게 하곤 했다. 그곳에는 열악한 주거환경, 공기에 충만한 인분 냄새, 거친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 맑은 공기, 인심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응삼이가 젊어 희대의 미남이었다는 사실이 인터넷 짤방으로 인기를 끌더니 양촌리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은 장관이 되었다. 역시 보통 시골은 아니었던 거다. 이경석의 <전원교향곡>은 어느 쪽인가 하면 인분 냄새가 심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쪽이다. 눈을 찢어지도록 치켜뜨고 혀를 길게 빼고 말하는 이 만화 속 시골 사람들은 그들이 키우는 채소의 뿌리 같은 튼실함과 건강한 황금색 쾌변 같은 구수함의 소유자들이다.

오지 산골 마을에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산다. 나물할배 아들인 털보는 여자 대신 발가벗은 여자 마네킹을 끼고 잠들고, 마을을 뜨고 싶어 하는 이장의 손녀는 몰래 짐을 싸다가 발견한 엄마의 소싯적 꿈 때문에 울부짖으며 대지의 딸로 머무르겠다 결심하고, 황금색 똥을 먹여야 건강해진다는 제주도 똥돼지 때문에 돼지 주인은 미국에 간 옛 친구에게 똥을 보내라고 부탁한다. 이런 설정이 얼마나 ‘리얼’한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리얼’의 잣대를 이 만화에 들이대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유일하게 중요한 게 있다면 웃음. 이경석 특유의 털 북슬북슬한 남자들과 어딘가 선을 잘못 그린 듯한 여자들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폭소를 유발한다. 새로 생긴 슈퍼마켓의 아름다운 서울댁에 대한 충성심에 불타는 마을 남자들의 애끓는 애정공세는 그중에서도 압권. 도회적으로 표현하면 웃음 속에 휴머니즘이 살아 숨쉰다. 낄낄거리고 시간 때우기 좋은 농촌 배경의 명랑만화라는 말이다. 참, 부디 바라기는 2권에서는 털보가 여선생과의 끈적한 사랑(이라지만 결국은 불륜이려나)에 성공하길 바란다. 마네킹만 안고 살면 건조하잖아.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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