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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7 19:52 수정 : 2008.05.07 19:52

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상명하복이나 복지부동이나 윗사람 눈치 보기 바쁘다는 점에선 마찬가지. 어느 조직에서나 말단에서 빡빡 기는 실무자의 처지에선 입을 떼기가 쉽지 않다. 결국 눈치나 보면서 시키는 대로 하거나, 시키기 전까지는 말도 행동도 아끼는 편이 가늘고 길게 사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그러나 그런 처세로 연명하는 것이 행복할 리 없다는 자명한 사실이 비극의 시작이다. 일찍이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알고도, 차마 말을 못하던 누군가는 거의 죽을 뻔했다지 않은가? 자고로 하고 싶은 말 참기는 그토록 힘들다. 설사 일자리를 잃고, 때때로 사람을 잃더라도 할 말은 하고 싶은 것. 그게 사람이다. 직언이든 충언이든 혹은 미친 척 대드는 것이든 할 말 하며 살 수 있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든든한 대안을 가질 것’이다. 여기 아니어도 일할 수 있는 곳이 한두 군데 확보되어 있다면 아무래도 말을 지르기가 쉽다. 최악의 경우 상사가 “너, 나가”라는 말을 하더라도 “아 옛썰” 하며 멋진 퇴장을 보여주려면 그만두고 갈 곳 한두 군데쯤 마련해 두어야 함은 당연하다. 두 번째는 확신이다. 진실로 옳다고 생각하는, 혹은 해야 할 말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면,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게 된다. 세 번째는 용기다. 대부분의 경우 위대한 발언은 용기를 전제로 한다. 용기는 스스로에게 힘을 주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상대를 감동시키면서 그가 하는 말에 진정성을 느끼게 해준다. 조금이라도 떨거나 그래서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말에 수긍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용기를 내거나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해서 입을 열기 전에 갈등하고 고민하곤 하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대안도, 용기도, 확신도 없어 그런 것 같다. 그저 국으로 앉아 있고 싶진 않은데 …. 참 고민스럽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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