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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엔 ‘뽀글이’로. 사진 김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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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여행의 친구들
외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우리 음식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라면이다. 누구나 끓일 줄 알고, 다른 것 없이 한 가지만으로 한 끼가 해결되므로 라면처럼 좋은 것도 없다. 가볍고 부피도 작은 편이라 가방 속에 몇 개 넣어두면 여행 내내 마음이 든든하다. 라면을 들고 가도 막상 끓여먹기 힘든 때도 많다. 알뜰 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들은 대개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취사시설이 없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때 그렇다. 끓여 먹을 수 없을 때 쓰는 비상요리법으로 일명 ‘뽀글이’라는 게 있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한번쯤 해먹어 봤을 라면 뽀글이. 그게 배낭여행자들에게도 전수가 됐으니, 집이 그립거나 타국의 음식에 물렸을 때, 또 얇은 지갑 때문에 식당 찾기가 부담스러울 때 최고의 만찬이 되어주는 거다. 얼마 전 여행용품 사이트에서 휴대용 발열팩이라는 걸 봤다. 물에 닿으면 98도까지 발열반응이 일어나 라면은 물론 계란도 삶고 햇반도 데워 먹을 정도라나. 그걸 보면서 10여년 전 하이델베르크의 한 호스텔에서 실패한 뽀글이의 추억이 떠올랐다. 뽀글이가 그렇게 맛있더라는 말을 우연히 여행 중에 듣고 따라 한 것이었다. 물을 끓여야 하는데 도구가 없어 수돗물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봉지에 부었던 게 문제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면이 익지 않아 결국 퉁퉁 불은 라면을 버리기 아까워(게다가 배가 고팠으므로) 다 먹어치웠다. 이젠 뽀글이 레시피를 정확히 알았는데 써먹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김숙현/ 여행작가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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