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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온 영화감독, 오스트리아에서 온 백패커, 기차를 타고 방황하는 아가씨들(왼쪽부터)과 이야기 하다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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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 20돌] Esc / 20살 한겨레군의 세계여행
서진의 미국 기차 대륙횡단 퀴즈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을 계산해 보세요
기차 안에서만 총 96시간, 19일간의 여정, 여섯 개의 도시를 구경하고, 6987킬로미터를 달렸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고작 다섯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새마을호가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미국 기차 대륙횡단을 통해 허헛, 하며 코웃음을 치게 되었다. 기차여행을 생각하게 된 것은 몇 해 전, 앰트랙(Amtrak·우리나라로 치면 코레일)에서 외국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일정 기간 무제한으로 기차를 탈 수 있는 철도 패스를 판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다. 미국 서부 엘에이에도 몇 년간 있어 봤고 동부인 뉴욕에도 수차례 방문했지만 그 중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비행기로 건너 봐야 대여섯 시간밖에 걸리지 않고 구름 아래를 쳐다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 넓다는 미국 대륙을 이 두 눈으로 직접,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방법으로 기차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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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앰트랙을 몇 시간 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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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은 다음과 같다(그림 참고). 괄호 안은 숙박일수. 뉴욕 → 워싱턴 DC(2) → 피츠버그(2) → 시카고(3) → 그랜드 정션(2) → 샌프란시스코(2) → 시애틀(3) → 비행기를 타고 다시 뉴욕으로. 기차 안에서 최장시간 있었던 구간은 그랜드 정션에서 샌프란시스코 사이의 27시간이다. 낮에는 별문제가 없다. 경치를 구경할 만한 카페 칸이 따로 있어서 커다란 창문을 앞에 두고 앉으면 시간이 절로 흘러간다. 심심한 시간 동안 사람들은 더욱 쉽게 말을 걸 수 있어서 어디로 향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세 흘러간다. 가져간 노트북에 글을 쓸 여유가 없을 정도다. 남미에서 온 영화감독, 혼자 미국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은퇴한 영어교사 할머니, 오스트리아에서 건너온 백패커, 발명전시회에 자신의 신발명품을 홍보하러 가는 흑인 등등…. 문제는 밤이다. 침대칸이라면 편안하게 잠을 자면 그만이겠지만, 나 같은 보통 여행자들은 일반좌석에서 밤을 새워야 한다. 다행히 좌석은 텅텅 비어 있고, 의자는 비행기 일등석만큼 넓다. 다리 받침대를 세우고 옆자리까지 뒤로 젖히면 대충 몸을 구겨 넣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앰트랙 베테랑 여행객들의 필수 품목은 베개와 담요다.(나는 눈가리개와 귀마개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베개와 담요가 있어도, 커다란 두 좌석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기차 안에서 잠을 자는 것은 괴롭다. 잠을 잔다기보다는 잠을 자려는 노력에 지쳐서 잠깐잠깐 잠이 들 뿐이다. 그런 식으로 몇 차례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허허벌판에서, 봄인데도 눈이 쌓인 산꼭대기에서, 바다같이 보이는 호수에서 붉게 동이 튼다. 워낙 게으른 탓에 일출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여행에서 세 번이나 해가 뜨는 것을 봤다. 그것도 영원히 달릴 것만 같은 앰트랙 안에서 말이다. 카페 칸에서 주문한 커피를 마시면서 멍하니 해가 뜨고 있는 것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기차 여행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세상의 모든 도시에서 20분씩 정차하고, 스물네 시간 쉬지 않고 달릴 것만 같다. 마치, 내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 서진의 블로그(blog.naver.com/orientshine)에서 더 많은 사진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38. 한겨레군은 최근 뉴욕(Penn Station)에서 샌프란시스코(Ferry Building)까지 미국을 기차로 횡단했습니다. 한겨레군은 일부 역에서 환승했지만 도시로 나가 체류하지는 않았습니다. 환승시간을 포함해 한겨레군이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시간 □□분입니다. 한겨레군이 이용한 앰트랙 시각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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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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