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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2 13:54 수정 : 2008.05.22 13:54

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일전에 ‘사과의 기술’이라는 칼럼을 통해 새우깡에 새우는 없고 엉뚱한 것이 들어 있었던 사건에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제대로 된 반성 없이는 아무리 미안하다 말해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식품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반성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연락이 온 것도 신기하고, 또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워, 제대로 된 반성이란 솔직한 고백과 고백에 따른 책임,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는 죄스러워하지 않겠다는 그들 내부의 다짐과 노력이라 충고했다.

충고를 하면서도 결코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이 문제가 언제였던가 싶게 아득했던 까닭이다. 사실 소비자들의 이 고질적인 건망증이야말로 스스로를 만만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니 어느 회사가 지난 일을 들쑤시며 반성이나 사과를 하겠는가? 어떻게든 지나가기만 바라는 마음이 차라리 이해가 간다. 해서 제대로 사과할 방법을 찾는다는 이 기업의 태도는 여느 기업들과 다른 분명 긍정적인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만 있는 편이 나을 거라는 판단이 많았을 텐데, 왜 이렇게 사과와 반성을 준비하는 것인가?” 그 회사의 경영인에게 물었다. 그는 ‘이 사건은 잊힐 수 있겠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났던 상황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어난 사건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의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썩 맞는 말이다. 고백과 반성이 지난 일들을 완전히 덮어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크고 작은 고백과 반성을 해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문제들에 대해 좀더 사려 깊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백과 반성은 어제와 오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털어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털어내고 가자는 것이다. 고백과 반성, 사과는 미래를 지향하는 말씀이다. 모쪼록 제대로 된 변화를 고대한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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