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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메방구미’의 유혹. 니혼테레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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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광고계에는 ‘3B’라는 법칙이 있다. ‘미녀(Beauty), 아이(Baby), 동물(Beast)’이 나오는 광고는 대체로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방송계에도 유명한 법칙이 있다. ‘グ―ルメ番組’(구르메방구미)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グ―ルメ’(구르메)는 ‘gourmet’라는 영어 단어의 일본식 발음인데, 이 영어 단어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 원래 와인에 정통한 사람을 가리키던 이 말은 점차 음식의 맛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에게도 쓰이게 되었고, 지금은 ‘미식가’ 정도의 뜻으로 쓰인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들을 만한 단어는 아니다. 이 단어를 그 어떤 나라보다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는 나라는 일본이 아닐까 싶다. 일본인들은 ‘구르메’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실제로 격식을 차린 ‘미식’의 의미라기보다는 ‘식도락’의 의미가 강하다. ‘番組’(ばんぐみ, 방구미)는 ‘프로그램’ 또는 ‘방송’을 뜻한다. ‘구르메방구미’라고 하면 티브이에서 종종 보게 되는 바로 그 ‘맛집 방송’을 말한다. 일본은 그야말로 ‘구르메’ 문화의 천국이어서 온갖 종류의 식도락 방송이 티브이 채널을 점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된 <맛대맛>은 <どっちの料理ショ―(돗치노 요리쇼)>(사진)라는 제목의 일본 프로그램이 원조다. ‘どっち’(돗치)는 ‘(어딘가) 한쪽, 어느 쪽’의 뜻으로, 두 요리를 소개하고 어느 쪽의 요리가 맛있는지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가 하면 ‘식도락’에 대한 열의와 ‘식도락 방송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정설이 합쳐져 아예 ‘グ―ルメリポ―タ―’(구르메 리포터)를 직업으로 가진 연예인이 있을 정도다. 구르메 리포터들의 음식에 대한 표현력도 대단하다. 이들이 음식을 한 입 맛보고 얼마나 맛있는지를 설명하는 화면을 보노라면, 하다못해 대용 인스턴트 식품이라도 찾게 된다. 심야 ‘구르메방구미’는 그래서 여성들의 적이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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