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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2 14:10 수정 : 2008.05.22 14:10

발디제르의 너른 스키장. 가장 높은 곳이 3450m다. 남종영 기자

[매거진 Esc] 프랑스 알프스의 산정 스키마을 발디제르에서 즐기는 계절 이동 여행

어느덧 봄을 지나 초여름이다. 지긋지긋한 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의 서늘함이 그립다. 겨울의 여운은 봄의 햇살로 녹여야 하는데, 봄이 짧아져 그럴 틈이 없어진 탓도 있겠다. 이런 느낌이 들 땐 다른 계절로 떠나보자. 두 계절 옷을 챙겨 넣느라 여행가방은 무거워지겠지만, ‘계절 이동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가방의 무게보다 크다. 초여름에도 겨울이 남은 곳, 프랑스 알프스의 산정 스키마을 발디제르를 다녀왔다.

알프스의 산정에선 봄과 초여름에도 겨울의 정취를 느끼며 트레킹을 한다. 프랑스관광청 제공
눈 속의 ‘어드벤처’가 싫다면 트레킹을

⊙눈길 트레킹= “그러니까 예전만 해도 이곳에 오려면 사나흘이 걸렸어요. 도로가 없었으니까요.”

4월 말인데도 하루종일 눈이 내렸다. 프랑스 북쪽 파리 사람들은 반팔을 입고 다녔다. 프랑스 남부 사부아 지방의 발디제르. 해발 1550m 알프스 산맥 기슭의 마을에 올라오니, 겨울은 미처 떠나지 못했다. 등반 가이드인 패트릭과 함께 트레킹을 하는 길. 해발 2770m의 콜 드 리즈랑을 향해 가는 고갯길이다. 원래 자동차 길이지만 한여름인 6~8월 외에는 눈길 트레킹 코스가 된다. 수북수북 쌓인 눈 위로 발자국을 내며 걸었다.

사부아 왕족들의 사냥터였던 발디제르는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들어오는 데 사나흘이 걸리는 두메산골이었다. 그러던 중 수력발전소가 생기면서 촌티를 벗었다. 발디제르 아랫마을인 티뉴는 마을을 호수 밑으로 남겨두고, 산 위로 이주했다. 그리고 티뉴와 발디제르 마을은 거대한 스키 리조트로 이어졌다.

왼쪽 산사면을 따라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아이벡스(야생염소) 40~50마리가 절벽에서 떼를 지어 내려왔다. 한때 10마리 안팎까지 줄어 멸종 위기까지 갔다가 다시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난 야생동물이다. 아이벡스는 악마처럼 구부러진 검은뿔을 앞세우고 절벽을 헤맨다. 얼굴을 눈에 파묻고 추위에 살아남은 풀더미를 찾는다. 무리 가장자리에선 두 아이벡스가 뿔을 들고 ‘소싸움 하듯’ 다퉜다. 패트릭은 “수컷들만 저렇게 싸운다”고 말했다.


발디제르가 자리잡은 바누아즈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아이벡스 2천여 마리 외에도 금빛 머리를 지닌 검독수리가 20마리 있고, 마멋 등이 산다.

눈이 깊어지자 설피를 신었다. 넓은 바닥에 아이젠이 박혀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고 깊은 눈 사이를 헤쳐 나갈 수 있다. 슬리퍼에 아이젠이 박힌 구조로 생각하면 된다. 고로 힘들지 않다. 눈 속의 ‘어드벤처’보다는 평화를 즐기고 싶다면 트레킹이 맞춤하다.

동화 속 풍경 같은 발디제르 마을 풍경. 프랑스관광청 제공
슬로프와 슬로프를 지하철처럼 잇다

⊙스키= 발디제르의 자랑은 너른 스키장이다. 리프트와 케이블카, 퍼니큘러(동굴열차)가 총 길이 300㎞에 이르는 슬로프와 슬로프 사이를 대도시의 지하철처럼 잇는다. 가장 낮은 곳은 1550m, 높은 곳은 3450m다. 발디제르와 아랫마을 티뉴 두 지역을 묶어 스키장 레스파스 킬리가 운영된다. 올림픽 3관왕을 거머쥔 프랑스의 스키영웅 장클로드 킬리의 이름을 땄다. 킬리의 고향이 바로 발디제르다.

레스파스 킬리에는 ‘익스트림’한 슬로프가 있다.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의 남자 활강 경기가 열렸던 벨바르드 슬로프다. 높이 2809미터에서 출발해 수직 고도차 972미터를 63도로 급전낙하한다.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공포스러운 코스로 불리는 벨바르드 슬로프는 내년 열리는 월드 알파인 스키 챔피언십에서 주인공을 기다린다.

물론 위험하고 모험적인 슬로프는 초급자에게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레스파스 킬리는 초급자 인심이 후하다. 초보자 리프트와 스키장 이용료가 무료다. 그래서 초·중급자용 슬로프인 사보네트는 거대한 스키장에서 이례적으로 붐비는 언덕이다. 물론 사보네트 외에도 초급자와 약간의 경험 있는 초급자가 탈 수 있는 코스가 해발 2천m 이상에 여럿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스키를 탄 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도 된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발디제르 시장에서 파는 사부아 지방의 특산물인 소시지. 남종영 기자


발디제르 여행쪽지

콜 드 리즈랑을 산악자전거로

⊙ 발디제르의 5~6월은 겨울과 여름이 교차하는 시기다. 본격적인 여름 시즌은 7월6일부터 시작된다. 하이킹, 골프, 알프스 마을 투어가 주요 프로그램이다. 투르 드 프랑스의 코스이기도 한 콜 드 리즈랑을 산악자전거로 오르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스키는 연중 탈 수 있다. 6~8월에는 산꼭대기 빙하지대에서 스키장이 열린다. 본격적인 겨울 시즌은 11월29일 다시 시작한다. 5월 중순 이후 눈이 녹기 시작하므로 스키에 방점을 둔 사람은 빙하 스키에 도전하거나 다음 겨울 시즌을 기다리는 게 좋을 듯하다.

인천에서 파리까지 에어프랑스, 대한항공이 하루 두 차례 공동 운항한다. 왕복요금 85만~110만원. 여기에 유류할증료가 50만원 가량 추가되니 고려해야 한다.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국내선 제네바로 갈아타거나(인천에서 제네바까지 항공권을 끊어도 좋다), 파리 시내 리옹역에서 테제베를 타고 부르생모리스에 간다. 각각 1시간, 5시간 안팎 걸린다. 스위스 제네바공항에서 발디제르까지 하루 3~7회 버스가 있다. 56유로(1유로=약 1600원). 알프스키버스 홈페이지(alpski-bus.com)에서 시간표를 볼 수 있다. 부르생모리스에서 발디제르까지는 30㎞다. 버스가 수시 운행하지만, 길이 험해 1시간 넘게 걸린다. 프랑스관광청(kr.franceguide.com)에 교통, 숙박, 지역개관 등 정보가 많다.

발디제르에서 스키는 연중무휴다. 리프트를 타는 관광객. 남종영 기자
발디제르 여행정보 사이트(valdisere.com)를 참고한다. 발디제르에 이르는 교통편과 지도, 스키패스, 스키학교, 숙박 정보가 튼실하다. 에콜 뒤 스키 프랑세(esfvaldisere.com)에서 가이드를 동반한 눈길 트레킹 투어를 운영한다. 3시간짜리 오전 투어가 30유로, 2시간30분짜리 오후 투어가 23유로다. 콜 드 리즈랑 외에도 리프트와 케이블카 등을 이용해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잡아볼 수 있다. 콜 드 리즈랑은 위험하지 않으므로 개인적으로 다녀와도 좋다.

⊙ 발디제르에 스키 대여점이 많다. 하루 대여료는 스키 25유로, 스키신발 8유로 정도. 발디제르와 티뉴의 모든 리프트와 케이블카 등을 이용하는 스키패스는 하루 42유로. 기간이 길수록 저렴해진다. 에콜 뒤 스키 프랑세에서 운영하는 스키 강습은 하루 43유로다.

⊙ 여름 시즌에는 여름패스를 구입한다. 기프트·플레저 패스 등 각종 레저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는 여름패스가 있다. 리프트 탑승, 골프, 테니스, 사냥을 비롯해 가이드를 동반한 하이킹 등 여러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플레저 패스(6일) 24유로.

발디제르에서 스키는 연중무휴다. 스노우 패트롤 카.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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