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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의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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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중혁의 액션시대
일주일 동안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축제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있었던 행사였지만 다녀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낯선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스무 나라 안팎의 젊은 작가들이 서울에 모였고, 모두 영어로 얘기를 나누는 통에, 일주일 내내 머릿속에서 영어 단어가 어른거렸다. 외국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딱 한 번 그런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순간이 있었다. 이탈리아 작가 피에트로 그로시의 제안으로 시작된 축구 경기 때였다. 축제 첫날부터 피에트로는 팀을 조직했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브라질 작가 미셸 라웁에게 말을 건넸다. 축구 좋아하냐? 한게임 하자. 브라질 작가는 승낙했다. 피에트로는 모든 남자 작가에게 그렇게 물었다. 대부분 승낙했고 경기가 이뤄졌다. 정식 게임이라기보다 7 대 7로 이뤄진 간이 경기였다. 팀의 구성에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소설가 대 시인 팀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아시안 드림팀 대 유럽 슈퍼스타 팀의 맞대결이 무산된 점 안타깝다) 경기는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혈투이자 온갖 다양한 고급 기술이 난무하는 현대 축구의 전시회장 같은 느낌은 당연히 없었지만 그래도 모두 열심히 뛰었다. 그리스와 브라질 작가가 특히 잘 뛰었다. 실력 차이가 꽤 났다. 전반전이 끝나고 나를 포함한 몇몇 한국 작가는 급격한 체력 저하로 피를 토하며 쓰러질 뻔했고 - 사생활 보호를 위해 누구인지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 외국 작가들 역시 달리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래도 명색이 젊은 작가들의 축제인데 어째서 다들 이 모양인가 생각하고 있는 찰나 누군가 축구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바로 노르웨이의 작가 엔드레 룬드 에릭센이었다. 그는 노르웨이의 박지성이었다. 그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고 축구에 재능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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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액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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