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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8 19:38 수정 : 2008.05.28 19:38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빌 브라이슨은 수다스런 여행가다. 웬만한 버라이어티쇼보다 ‘빅 재미’를 주는 여행서 <나를 부르는 숲>은 과체중에 운동부족에 게으른데다 투덜거릴 줄만 아는 한 중년 남자가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루어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발칙한 유럽산책>은 제목 그대로 유럽 여행에 관한 빌 브라이슨의 수다다. 그가 쓴 과학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좋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역시 빌 브라이슨의 진면목은 여행서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비행을 앞두고 나 역시 오랫동안 밤마다 누워 천장을 보면서 내 옆 좌석에 아리따운 여인이 동행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가령 심각한 음란증이 있어서 아버지가 로잔 인스티튜트에 강제로 보내는 아름다운 여자가 옆자리에” 앉기를 바라며 1972년에 처음 유럽행 비행기를 탔던 그는 이제 다시 북유럽을 거쳐 파리와 로마처럼 우리에게도 익숙한 지역을 지나 이스탄불에서 여행을 맺는다.

별 쓸모도 의미도 없는 일에 대해 주절주절 떠드는 걸 읽고 있으면 군데군데서 “맞아, 맞아!”하며 웃음이 나는 걸 참을 수 없게 된다. 유럽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여행의 낭만을 되살리려는 게 아니라 여행의 짜증과 불편함을 되새기며 한바탕 웃는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프랑스 호텔 복도는 치매 걸린 노인이 길 가듯이 구불구불해서, 마지막 200m 가량은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손바닥을 쫙 펴고 벽을 더듬으며 걸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모퉁이에 있는 19세기 참나무 테이블에 사타구니를 정통으로 부딪치기 일쑤다.” 피렌체로 가는 기차는 때로 “너무 오래 서 있어서 혹시 기관사가 주변 풀밭에 소변이라도 보러 가다가 우물에 빠진 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다.”

모르는 도시에 대한 글이라 해도 웃기긴 매한가지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라 그럴 거다. 코펜하겐에 너무 늦게 도착한 빌 브라이슨은 한 정신나간 덴마크 여자에게 끌려다닌다. “왜 실성한 사람들은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을 그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영등포 역이나 코펜하겐 중앙역이나 진배없다니! 하긴, 우리 모두 광우병 위험에 다함께 노출되는 글로벌 시대 아니던가.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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