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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가 아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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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일주일 전쯤, 일본에서 요즘 쉽게 보기 힘든 ‘号外’(ごうがい, 고가이)가 뿌려졌다. ‘고가이’는 ‘호외’를 의미한다. 인터넷이 그대로 손바닥으로 들어온 요즘 세상에 여전히 아날로그 시장이 힘을 잃지 않은 일본이라지만 호외라니, 생경하다. 호외의 주요 내용은 한 밴드가 활동을 중단한다는 소식. 주인공은 일본의 ‘国民的なバンド’(고쿠민테키나 반도)라 불리는 ‘사잔 올스타즈’(사진)다. ‘고쿠민’은 우리말의 ‘국민’이고, ‘테키’는 어떤 명사의 뒤에 붙어 ‘~적’이라는 뜻을 더한다. ‘반도’는 영어단어 ‘band’의 일본어 발음. 밴드 이름인 ‘사잔 올스타즈’ 또한 영어 ‘Southern All Stars’의 일본식 발음이다. 호외는 사잔 올스타즈가 약 30년간의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였기에 충격이 컸고 국민적 밴드였던 만큼 활동 중단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밴드 이름에 ‘남쪽’(south)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데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잔 올스타즈는 ‘夏’(なつ, 나쓰), 그러니까 ‘여름’을 상징하는 밴드다. 일본인은 사잔의 노래가 거리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면 여름이 왔다고 생각한다. 대표곡은 우리나라서도 리메이크된 적이 있는 ‘津波’(つなみ, 쓰나미). “가제니 도마도우 요와키나 보쿠~”(바람에 망설이는 연약한 나~)라는 소절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일본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夏の歌’(なつのうた, 나쓰노우타)이다. ‘우타’는 ‘노래’라는 뜻이다. 세계 각지에서 ‘쓰나미’(지진해일)가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면서 단어가 무거운 뉘앙스를 가지게 되었지만 사잔의 노래 덕분에 일본에서 ‘쓰나미’ 하면 무서운 광경보다는 한여름 바닷가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안나니 스키나 히토니 데앗타 나쓰와 니도토 나이”라는 문장은 통째로 외워둘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가사가 시에 필적하는 이 노래는 일본어를 공부하기에는 아주 좋은 참고서이기도 하다. 뜻은 이렇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사람과 만났던 여름은 두 번 다시 없어.”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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