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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빅 vs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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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언니들만 돌아온 게 아니다. 오빠들도 돌아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화자가 캐리이기에 모든 에피소드는 여성의 시점에서 해석되지만, 오빠들의 입장에서도 할말은 있다. 이번 주 연예가공인중계소에서는 캐리의 남자 미스터 빅(원래 이름은 존)과 미란다의 남자 스티브의 얘기를 들어보자.(샬롯의 완벽남 해리와 사만다의 연하남 스미스는 눈꼴 시려서 생략합니다.)
미스터 빅과 스티브를 보면서 다시 한번 시간의 위력을 실감했다. 미스터 빅이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 생기는 이마 주름은 더욱 깊어졌고, 스티브가 살살 웃을 때 생기는 팔자 주름은 더 굵어졌다. 그래도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미스터 빅은 여전히 캐리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캐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스티브는 미란다를 향한 일편단심에도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사고를 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스티브도 할말이 있다. 돈 많이 버는 변호사 부인, 뭐 좋지만 그래도 의무방어전을 하는 미란다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을 뿐이다. 괴로움에 못 이겨 고백까지 하지 않았는가. 미스터 빅도 마찬가지다. 지긋지긋한 결혼식을, 그것도 잡지와 신문에 광고까지 내면서 하는 결혼식을 꼭 해야 하는지 도무지 결심이 서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결국 다시 만난 이들을 보니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결혼에 골인하기 위해 시즌 1부터 캐리와 미스터 빅은 그렇게 만나고 헤어졌나 보다, 그립고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신부님 앞에 선 징그러운 커플이여, 흰색 부케 꽃 흩날리려고 재방송을 챙겨 보느라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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