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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팬더(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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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김중혁의 액션시대
스무 살 무렵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마흔 살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그때 든 생각은 한 살씩 나이가 많아지는 걸 실감할 때마다 꽤 쓸쓸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문득 돌아보니, 곧 마흔이다. 그런데 그것 참 살아 보니 나이 먹는 걸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자주 쓰는 촬영 기법인 스텝 프린팅처럼 시간은 드문드문 느껴진다. 시간이란 연속된 과정이 아니라 몇 장의 스틸 사진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실감하고 보면 이만큼 나이를 먹어버린 뒤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뒤돌아보며 쓸쓸해할 뿐이지, 현재의 시간을 쓸쓸해할 수는 없다. 그리고 문득 미래의 시간을 걱정한다. 스무 살 때는 마흔 살의 내가 궁금했지만, 마흔 근처에 와 보니 이제 예순 살의 내가 궁금하다.주위를 둘러봐도 ‘저렇게 늙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어른은 많지 않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곧바로 잘못을 수정할 줄 아는 어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멋지게 늙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얼마 전 영화 〈쿵푸 팬더〉를 보다가 멋진 어른 한 마리를 발견했다. 등장부터 멋졌다. 그는 바로 가느다란 지팡이 위에서 한쪽 다리만으로 버티고 서서 명상을 하고 있던 거북이 대사부 우그웨이였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아주 간단한 동작만으로 악당 타이렁을 제압할 때는 또 얼마나 멋지던지, 쿵푸를 발명하던 그의 동작은 어찌나 우아하던지.
영화 속 그의 대사 중 또렷하게 기억나는 게 있다. 그가 복숭아나무 언덕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때 시푸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한다.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대사부 우그웨이는 허허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소식은 소식일 뿐, 좋고 나쁘고가 어디 있겠나.” 그러자 시푸가 다시 얘기한다. “악당 타이렁이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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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액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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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객원기자 vonnegut@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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