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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1 17:56 수정 : 2008.06.11 18:03

쿵푸 팬더(2008)

[매거진 Esc]김중혁의 액션시대

스무 살 무렵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마흔 살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그때 든 생각은 한 살씩 나이가 많아지는 걸 실감할 때마다 꽤 쓸쓸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문득 돌아보니, 곧 마흔이다. 그런데 그것 참 살아 보니 나이 먹는 걸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자주 쓰는 촬영 기법인 스텝 프린팅처럼 시간은 드문드문 느껴진다. 시간이란 연속된 과정이 아니라 몇 장의 스틸 사진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실감하고 보면 이만큼 나이를 먹어버린 뒤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뒤돌아보며 쓸쓸해할 뿐이지, 현재의 시간을 쓸쓸해할 수는 없다. 그리고 문득 미래의 시간을 걱정한다. 스무 살 때는 마흔 살의 내가 궁금했지만, 마흔 근처에 와 보니 이제 예순 살의 내가 궁금하다.

주위를 둘러봐도 ‘저렇게 늙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어른은 많지 않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곧바로 잘못을 수정할 줄 아는 어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멋지게 늙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얼마 전 영화 〈쿵푸 팬더〉를 보다가 멋진 어른 한 마리를 발견했다. 등장부터 멋졌다. 그는 바로 가느다란 지팡이 위에서 한쪽 다리만으로 버티고 서서 명상을 하고 있던 거북이 대사부 우그웨이였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아주 간단한 동작만으로 악당 타이렁을 제압할 때는 또 얼마나 멋지던지, 쿵푸를 발명하던 그의 동작은 어찌나 우아하던지.

영화 속 그의 대사 중 또렷하게 기억나는 게 있다. 그가 복숭아나무 언덕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때 시푸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한다.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대사부 우그웨이는 허허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소식은 소식일 뿐, 좋고 나쁘고가 어디 있겠나.” 그러자 시푸가 다시 얘기한다. “악당 타이렁이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김중혁의 액션시대
그러자 우그웨이는 곧바로 자신의 말을 수정한다. “나쁜 소식이군.” 아, 얼마나 귀여운가. 우그웨이는 뜬구름 잡는 듯한 멋진 선문답보다는 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그처럼 현명하고 귀여운 노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많이 늙어버린 우그웨이는 지팡이를 시푸에게 넘기고 떠난다. 그리고 그는 복숭아꽃과 함께 저 먼 어딘가를 향해 흩날리며 사라진다. 영화 〈쿵푸 팬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나이란, 먹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날 때 받아둔 나이를 다 소진하고 나면, 더는 버릴 게 없어지면, 복숭아꽃과 함께 저 멀리로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는 저렇게 가벼울 리가 없지 않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더 들면, 아니 나이를 더 버리고 나면 그 비밀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소설가·객원기자 vonnegut@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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