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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vs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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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박찬호에게 반했다. 여기서 박찬호는 야구선수 박찬호가 아니다. 문화방송 드라마 <라이프 특별조사팀>의 박찬호(엄기준)다. 간만에 제대로 ‘지저분한’ 캐릭터가 나왔다는 느낌이랄까. 살짝 눈이 풀린 듯한 박찬호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파란색 야구모자의 성실한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철저하게 배신한다. 이쯤에서 한번 달려보자, 보험회사 조사원 박찬호와 야구선수 박찬호! 지금이야 다들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을 최고의 스포츠스타로 꼽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는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자리였다. 그러나 몇 차례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국민에게서 멀어져 갔고, 다행히도 최근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조금씩 예전 그 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 박찬호의 재기에는 박찬호와 동명이인 캐릭터인 보험조사원 박찬호가 한몫하고 있다.(나만…그런가?) 최근에 본 남자 캐릭터 중 가장 입체적이며 동시에 매력적인 박찬호는 허술하고 게으르며 지저분하고 뻔뻔하지만 언제나 ‘한 방’이 있다. 야구로 치자면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몇 점 차이로 상대방에게 뒤지고 있다가도 9회말 마지막이 오면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가뿐히 담장을 넘는 홈런을 치는 그런 선수라고 할 수 있다. 15년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를 지켜온 성실맨 박찬호가 첫눈에 반할 스타일이라면, 보험조사원 박찬호는 결국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스타일이랄까. 엘에이의 박찬호는 꾸준히 메이저리그를, 또 서울의 박찬호는 <라이프 특별조사팀> 시즌2를 통해 계속 일요일 밤을 사수해 주기를 바란다. nico@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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