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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1 21:43 수정 : 2008.06.14 15:27

이보경(35) 실장. 스튜디오 보리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터줏대감에게 들어본 가로수길 살이…임대료 상승도 딜레마

5년 전 이곳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곧 집까지 가로수길로 이사온 사진 스튜디오 보리의 이보경(35) 실장은 주말 오후 가로수길의 예전과 오늘을 가장 진하게 느낀다고 한다. “전에는 오후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 편의점에 가서 그 앞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음료수도 마시곤 했는데, 이제 남녀 짝과 유모차 끌고 온 부부들로 바글대니까 동네 같지가 않죠. 이 따사로운 날에 나만 혼자인 것처럼 괜히 쓸쓸해지고 말예요.”(웃음)

잡지와 광고 사진을 찍는 사진가인 이보경 실장이 2003년 초 가로수길에 스튜디오를 낸 건 순전히 ‘업무’ 차원의 결정이었다. 신사동 주변과 논현동 일대에 협력 업체인 현상소와 스튜디오, 디자이너 사무소 등이 많았고, 당시만 해도 이곳은 처음 스튜디오를 내는 그에게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임대료 장점도 있었다. 스튜디오를 나오면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로케 촬영 배경을 제공하는 길의 예쁜 풍경도 한몫했다. 요새야 홈쇼핑 패션 사진에 질릴 만큼 등장을 하는 바람에 가로수길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게 민망할 지경이 됐지만 말이다. 불과 3~4년 전이지만 이 실장은 옛날을 “좋았던 시절”로 기억한다.

“괜찮은 카페나 술집이 두세 군데 있었을 때는 그래서 이 길이 가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나 손님들이 오면 무조건 19번지에서 약속 잡고 내집 사랑방처럼 들락날락하니까 편하기도 하고, 집과 일터와 놀이터가 하나였던 셈이죠. 요새는 거리 전체가 너무 상업화해 놀러오는 사람들로 붐비니까 차 한잔 마시려고 해도 골목 안으로 점점 더 들어가게 돼요.” 안 그래도 주차가 전쟁인 이곳에 놀러와 스튜디오 근처에 차를 대게 해 달라는 지인들이 늘어 가끔 골치가 아플 정도란다. 옛날에 가졌던 개성도 점점 사라지고 옷가게와 카페가 즐비한 삼청동과 비슷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 드는 요즘은 “나도 이곳에 손 털고 나와야 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단다. 일터로서 이곳을 선택했던 그에게 임대료 상승은 굳이 가로수길일 필요가 없게끔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 오르면 이곳을 나가야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람이 모이면 돈이 모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기왕이면 프랜차이즈 커피숍 같은 대자본보다는 신경옥 선생처럼 자기 코드나 색깔을 가진 돈 많은 어른이 들어왔으면 좋겠죠.” 돈 많은 어른인 이유는 옛날처럼 돈 없는 젊은이들이 진입하기에는 이미 그 문턱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신도 “돈 많은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돈을 벌면 문화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스튜디오도 있고 그 안에 살 공간도 있고 외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쇼나 전시를 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을 한데 묶어놓은 곳이요. 꼭 가로수길일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이곳을 나갔다가 그만한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면 금의환향이라고 해야 하나요?”(웃음)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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