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1 21:53
수정 : 2008.06.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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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지마스 갤러리 김민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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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아트파티와 코미디쇼 여는 이색공간 ‘재지마스’의 김민재 관장
전통적인 갤러리 골목이기도 한 가로수길 한 귀퉁이에 지난해 말 난데없는 공간이 하나 생겼다. 가로수길 옆 행복길 5거리 건물 벽에 까만 페인트로 ‘JAZZY M.A.S.->’라고 쓰여진 글씨가 깔끔하고 차분한 가로수길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싶었는데 지하 2층으로 들어가니 펼쳐지는 천장 높은 120평의 공간이 보여주는 젊은 기운에 잠시 놀란다. 앤틱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진 테라스를 지나 안으로 들어오면 만화 같고 추상화 같은 벽화를 배경으로 원색의 플라스틱 의자와 쿠션이 잔뜩 쌓여 있고, 그 옆에는 전시공간이 펼쳐진다. 큰 화면을 영사할 수 있는 프로젝터와 공연용 스피커도 그 사이에 놓여 있다. 커피와 잡지, 술과 영화, 전시, 공연까지 놀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구비된 셈이다. 갤러리 이름의 M.A.S는 멀티 아트 스페이스(Multi Art Space)의 약자. 뱅스타일의 앞머리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직접 커피를 들고 오는 스물일곱의 아가씨가 바로 재지마스 갤러리의 김민재 관장이다.
“보통 갤러리에 가면 숨이 탁 막히잖아요.(웃음) 중학교 때 유학을 가서 일러스트를 전공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작업도 하고 전시도 하고 놀 수도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하고 한국 돌아온 이듬해부터 준비해서 문을 열었죠.” 대안공간을 연상시키는 관장의 말을 들으니 왜 홍대 앞이 아니라 가로수길? 이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여기는 없는 게 없잖아요. 북디자인부터 패션까지 모든 게 트렌드를 앞서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샌프란시스코의 버클리나 리틀 베니스 같으면서도 어수선하지 않은 게 매력적이었죠”.
“지루한 건 딱 질색”이라는 김민재씨는 대안공간보다는 맥주를 마시면서 전시를 구경할 수 있는 클럽처럼 이곳을 디자인했다. 이 난데없는 갤러리가 생긴 뒤 주변의 점잖은 갤러리 관장님들도 호기심에 이곳을 찾아온다. 반갑다고 격려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터줏대감이라고 텃세를 부리지 않는 것도 가로수길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예술과 대중 사이의 거리 좁히기라는 말은 이제 무너진 베를린 장벽 만큼이나 오래된 구호같지만 이 거리를 “엄청” 좁히고 싶다고 말하는 김 관장의 눈은 ‘오늘은 뭐 하고 놀까? ‘생각하는 아이처럼 반짝거린다. 매주 토요일 여는 코미디쇼나 매달 여는 아트파티 등이 그런 놀이 중 하나다.
“‘웃찾사’ 가운데 한두 팀이 출연해서 매주 한시간 반 정도 공연을 해요. 대학로 공연과 달리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쇼 같은 거예요. 코미디언도 아티스트잖아요. 또 아트파티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주어진 주제로 그날 하루 동안 작업을 하면 손님들이 인기투표를 해 상품도 주고 파티도 하죠. 재지마스의 가장 큰 정체성이라면 모든 장르를 막론하는 아티스트 발전소라고 생각해요.” 김씨는 지금의 가로수길도 매력적이지만 앞으로 예술적으로 좀 더 다양한 숍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가로수길에 와도 차를 마시고 물건을 사는데 돈을 쓰지만 여기서 돈을 쓰는 건 소비 플러스 알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재지마스에 놀러오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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