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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과 미친소. 사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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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일본에서 ‘규동’(牛丼, ぎゅうどん)은 우리의 김치찌개와 비슷하다. 가장 자주 식탁에 오르며 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먹을거리 중 하나. ‘규동’은 ‘쇠고기덮밥’을 말한다. 고기를 뜻하는 단어는 ‘肉’(にく, 니쿠)인데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牛肉’(ぎゅうにく, 규니쿠), 바로 쇠고기다. 일본 역시 국내에서 생산되는 쇠고기가 수입산을 제치고 왕좌를 차지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古部牛’(こべぎゅう, 고베규)다. 원산지가 고베인 쇠고기를 지칭하는 이 말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 미국 농구계를 대표하는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이름이 고베 쇠고기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고베의 쇠고기를 사용한 ‘코비 비프’(KOBE beaf) 스테이크는 미국에서도 최고급 스테이크에 속하는데 고베규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아버지가 쇠고기 원산지 명칭을 그대로 따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물론 일본에서 규동에 고베규를 쓰는 가게는 거의 없다. 규동 가게는 일본 거리를 100m만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吉野家’(よしのや, 요시노야)와 ‘松屋’(まつや, 마쓰야)가 대표적이다. 혼자 사는 인구가 많고, 점심시간에 빠르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판기에서 원하는 메뉴의 식권을 뽑아 규동 가게에 일렬로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1kg에 몇 십 만원을 호가하는 고베규를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규동집에서 사용했다가는 그야말로 국가적 대혼란을 부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규동이 2003년부터 2년 동안 판매가 중지된 적이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파동에 휘말리면서 요시노야를 비롯 대형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규동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도 고통이지만 업체에서 감내해야 할 손해도 만만치 않았다. 김치찌개 판매가 중단된다고 생각해 보라. 2006년 어렵사리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고 다시 규동을 먹게 되었을 때는 요시노야에 줄을 선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뉴스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그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들에게 ‘규동’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 ‘5초면 따라하는 저급 일본어’연재를 이번 호로 마칩니다.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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