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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cc의 힘 좋은 엔진과 자동 변속시스템이 어우러져 여느 스쿠터에서도 발현하지 못한 강력한 주행성능이 장점인 모터사이클 혼다 D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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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오빠 달려~
자동차에는 이제 수동 변속기를 옵션으로 골라야 할 정도로 자동 변속기가 일반화돼 있지만 ‘취미성 강한 탈 것’인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자동 변속기는 어림도 없는 편리였습니다. 기술적인 구현을 떠나서 말이죠. 웬만한 중형 자동차 값을 훌쩍 뛰어넘는 대형 모터사이클의 경우 평소에 닦고 조이며 모셔 두었다가 주말에만 즐기는 어른들의 장난감 색채가 워낙 농후했기에 어떤 단점도 개성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진동·소음·불편한 포지션 등 자동차였다면 당장 리콜 조처가 발생할 모든 것들도 모터사이클은 그 자체가 멋이었습니다. 편안하고 쾌적한 것을 원한다면 다시 자동차나 타라는 식이었죠. 10여년 전에는요. 저렴하고 간편한 이동수단으로 용도가 한정되었던 스쿠터의 크기가 점점 커지며 역할도 확대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빅 스쿠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며 영역을 확대한 스쿠터에는 기존 모터사이클이 애써 갖지 않았던 편리성과 대중성이 녹아 있었습니다. 스쿠터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며 좀더 다양한 요구와 기술발전으로 배기량도 점점 증가했고, 결국에는 ‘자동차 같은 오토바이’가 탄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60리터의 트렁크 공간에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따뜻하게 열이 드는 손잡이와 시트라뇨. 헬멧에 가죽옷으로 두르고는 마초적인 감각으로 내달리던 모터사이클은 점점 더 자동차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석유자원의 고갈이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고연비 자동차가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효율투성이’였던 모터사이클이 작은 자동차로의 변신을 요구받는 것은 그에 따른 수순이겠고요. 혼자 혹은 둘이 타고 다니다가 가끔 가진 자리를 다 채우는 자동차보다, 처음부터 편한 이동수단으로의 역할로 시작한 모터사이클이 도시형 출퇴근 운송수단으로 재조명을 받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앞다투어 스쿠터를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 변속기는 필수였습니다. 일반 모터사이클이라면 변속하느라 깨끗이 닦은 구두의 윗부분이 더렵혀졌을 것입니다. 트렁크도 있으니 가방과 헬멧도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받을 이유가 백한가지쯤 되었죠. 하지만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 본질적인 특성은 스쿠터를 이동수단에 한정시켰습니다. 새로운 유저를 만들어낼지언정 모터사이클 라이더를 끌어들일 수 없었습니다. 3루 안타를 넘어 홈런이 되려면 무언가 좀더 획기적인 생각이 필요했습니다. 모터사이클 계를 주름잡는 혼다가 마침내 그 일을 해냈습니다. 키가 작은 사람도 쉽게 또 재미있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의 바이크에 독자적인 사람친화 변속기(HFT·Human-Friendly Transmission)를 얹은 디엔-01(DN-01)을 출시한 것입니다. 운동성을 확보하느라 바이크 형태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수납공간을 잃은 게 흠이긴 하지만 어떻습니까. 누구라도 쳐다볼 멋진 스타일에 뛰어난 운전재미와 개방감을 모조리 갖춘 스쿠터인데요. 혼다가 저지른 이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브랜드들이 줄지어 자동 변속기 모터사이클을 내놓을 것입니다. 모터사이클의 자동차 영역 잠식이 될지 아니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지 벌써부터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임유수/ <스쿠터앤스타일> 발행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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