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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1 22:14 수정 : 2008.06.15 09:51

못생긴 디젤 왜건, 기적은 계속될까

[매거진Esc]전문가 3인의 자동차 해부교실
- 예기치 않게 대박 냈던 푸조 307SW HDi에 대한 덕담 혹은 악담

액셀을 밟을 때마다 비싼 기름값이 생각나는 요즘, 연비 좋은 디젤 자동차에 한번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이럴 때 다시 눈을 돌려봐도 좋은 디젤 자동차로는 뭐가 있을까? 이번에 자동차 전문가 3인과 함께 자세히 들여다본 자동차는 지난해 수입 디젤 자동차 판매 1위였던 푸조의 307에스더블유(SW) 에이치디아이(HDi)다.

이경섭 <모터 트렌드> 편집장
살 이유의 50%는 파노라마 루프

몇 해 전, 이 차를 타고 강원도 영월의 천문대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별자리 여행을 떠나는데 하늘이 훤히 비치는 천장을 가진 307SW만큼 어울리는 차는 없었다. 깜깜한 밤하늘에서 쏟아지던 별을 보면서, SW는 틀림없이 ‘스타 워치’(Star Watch)의 머릿글자일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면서 즐거워했다. 307SW를 사야 할 이유의 50%는 파노라마 루프에 있다. 다른 파노라마 루프와는 달리 지붕 중간을 가로지르는 바가 없이 통유리로 돼 있어 하늘을 가득 시트에 들여놓을 수 있어 컨버터블만큼이나 개방감이 좋다. 햇볕 쨍쨍한 한낮에는 이마가 뜨거워 전동식 덮개로 지붕을 가려야 한다는 점, 선루프와 달리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 살짝 아쉽지만 비오는 날 천장 유리에 부딪치는 빗방울의 로맨틱한 감흥에 뒷자리 아이들이 감탄을 터뜨릴 만하다.

307SW를 사야 할 이유의 30%는 날카로운 핸들링에 있다. 수십 년 랠리 경험에서 입증된 푸조의 핸들링은 자동차 전문가들도 엄지를 치켜든다. 체구는 미니밴이지만 몸놀림은 제법 207RC 흉내다. 왜건형 차에서 핸들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은 무심한 사람. 차라면 무조건 운전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짐을 옮기든 드라이브를 즐기든 출퇴근을 하든 마찬가지다. 307SW의 매끈한 핸들링은 행여 당신에게 있을지 모르는 ‘왜건형’에 대한 한국적 거부감마저 시나브로 없애준다.



푸조 307SW HDi
이 차를 사지 않으면 안 될 이유의 20%는 시트에 있다. 스포츠카에 장착되는 버킷 타입 시트는 푹신한 세단 시트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딱딱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운전하는 동안 몸을 꽉 잡아주어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뒷자리는 3등분으로 접으면 트렁크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1열 시트에는 선반이 달렸고, 시트 구석구석마다 소소한 수납 공간이 가득하다. 이 차를 사야 할 이유의 나머지 20%는 엔진(HDi)에서 찾는다. 연비 좋은 디젤엔진이 달렸다는 점은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누리는 보석 같은 덤이니까 말이다. 이런! 합산이 100%가 넘었다고? 오케이. 때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당신에게 이 차는 구석구석 가치가 넘치는 차일 테니 그쯤은 부디 너그럽게 넘겨주시길.

김우성 〈비비시 톱기어〉 편집장
디젤엔진의 장점을 깨우쳐주다

우리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와 왜건은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다. 1980년대, 당시 대우자동차가 중대형 세단인 로열 듀크에 디젤엔진을 얹는 과감한 실험을 한 적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실험에 그쳤을 뿐이었다. 2003년 우리 수입차 시장에 재상륙한 푸조가 2005년에 큰맘 먹고 출시한 307SW는, 그 모든 금기를 한꺼번에 뛰어넘은 차다. 휘발유 엔진만 팔았던 첫해 판매대수는 47대. 초라했다. 그런데 그 이듬해 이 차의 디젤형이 들어왔다. 상황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디젤엔진을 얹고 나서는 매달 100대 가까이 팔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디젤엔진의 장점을 뒤늦게나마 알아챈 소비자들이 내친 김에 왜건이라도 기꺼이 끌어안기로 한 것일까? 아니면, 왜건의 장점을 드디어 알아 보고 디젤이지만 눈 감아주기로 한 것일까? ‘100만 안티팬’을 몰고 다니는 남녀 배우에게 공동 주연을 맡긴 영화가 예기치 못한 대박을 낸 격이었다.

입맛 까다로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과연 어처구니없이 이 차에 말려들고 만 것일까?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게다. 일단 무지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휘발유 엔진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디젤엔진의 실체를 깨우쳐준 공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307SW에 얹힌 2.0리터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38마력의 쏠쏠한 힘을 내면서도 리터당 14.4㎞의 공인연비를 유지한다. 여기에다 준중형차 정도의 겉모습 안에는, 영리하게도 생각 이상의 널찍한 실내공간을 갖추고 있다. 왜건답다. 시트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고, 3천만원대인 가격도 수입차 입문용으로 손색이 없다.


푸조 307SW HDi
하지만 이런저런 장점들을 아무리 들춰봐도, 307SW의 인기는 어쨌든 뜻밖이다. 억지로 딴죽을 걸려는 게 아니다. 307SW의 외모는 솔직히 못난이에 가깝다. 굳이 말하자면, 외모는 정말 아닌데 속은 꽉 찬 남자라고 할까. 상황이 어찌 됐건 못난 외모를 절대 용서치 않는 우리 소비자들의 관용을 이끌어낸 비법이 대단하다. 머잖아 후속작인 308SW가 들어올 것이다. 역시 왜건이고 주력은 역시 디젤이다. 게다가 외모까지 잔뜩 멋을 부렸다. 그렇다면, 대를 이은 인기는 떼놓은 당상?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제는 희미해진 ‘디젤 왜건 개척자’ 이미지를 장차 무엇으로 대신 메워나갈지가 열쇠다.

장진택 〈지큐〉 편집 차장
졸지에 걱정만 가득한 ‘끝물’로

프랑스에서는 이런 차가 잘 팔린다. 앙증맞은 덩치에 실용적인 엉덩이, 개성이 강한 얼굴. 여기에 힘 세고 공기도 덜 오염시키는 디젤엔진으로 달려야 사랑을 받는다. 이 차가 한국으로 들어왔던 재작년 가을로 돌아가 보자. 당시 분위기는 디젤엔진 좋다는 소문이 여기저기 전염될 초기, 하지만 실용적인 왜건이 달릴 도로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고, 프랑스에서 날아온 입 큰 개구리 같은 자동차보다는 독일제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세였다. 그럼에도 307SW는 2007년 수입 디젤차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유는 138마력의 성능 좋은 디젤엔진과 푸조만의 특별한 디자인, 거기에 더해진 왜건이라는 실용성, 지붕이 온통 유리로 덮인 파노라마 루프, 그리고 당시 수입차에는 거의 없었던 터치스크린 방식 디엠비(DMB) 길도우미(내비게이션)까지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푸조 307SW HDi
하지만 현재 307SW를 사는 사람이나 권하는 사람조차 이전처럼 많지 않다. 다른 수입차에도 성능 좋은 내비게이션이 달리기 시작한 것에 이어 순정 오디오처럼 이를 깔끔하게 장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열리지도 않는 파노라마 루프가 그리 유용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으며, 왜건이라는 실용적인 장르는 아직까지도 이르다는 것까지 깨달았다. 그뿐만 아니다. 얼마 전에는 유로화 강세에 이어 값을 40~50만원 인상한 것에 이어, 엊그제는 307SW의 동생 격인 207SW가 한국에 새롭게 나왔고, 만만했던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질러 버리기까지 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현대자동차의 상품력이 푸조보다는 우세하다고 평한다. 개성있는 생김새가 아니라면 굳이 푸조를 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2008년을 힘들게 달리는 307SW는 최근 악재가 하나 더 생겼다. 307SW의 후속 모델인 308SW가 시판되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유럽에서 들려온다. 디젤 좋은 줄도, 왜건 쓸모 있는 것도, 디자인의 맛과 멋도 모두 모르던 대한민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307SW는 졸지에 걱정만 가득한 ‘끝물’로 전락했다. 더 늦기 전에 선수 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푸조 307SW HDi 주요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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