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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8 21:20 수정 : 2008.06.18 21:42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매거진 Esc]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 읽기


“독서는 우선 비(非)독서라 할 수 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여름언덕 펴냄

초등학교 6학년 때 세계명작 전집의 작가 이름과 책 제목, 책 줄거리를 외우는 아이가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이것만 외우면 읽은 거나 진배없다”는 어머니의 당부가 있었다고. 미치겠는 건, 그 아이가 그 책을 정말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구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선생님조차!)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작 책을 읽은 나는 잘 기억이 안 나 버벅거리는데, 일간지나 블로그의 책 리뷰를 읽은 상대는 유창하게 책의 의미와 장단점을 늘어놓는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쓴 피에르 바야르는 현재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고 정신분석학자다. 책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많은 말을 하는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그는 ‘비(非)독서’를 권한다. 책을 선택하는 행위는 그 책 대신 선택될 수 있었던 다른 책을 덮어버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읽음은 읽지 않음에서 비롯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비(非)독서의 범주는 의외로 넓다.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경우부터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책 얘기를 귀동냥한 경우, 책의 내용을 잊어버린 경우가 모두 비독서라는 말로 수렴된다. 그럼에도 책을 읽지 않고 적당히 아는 척하며 사람들과 사교성 대화를 이어가는 비결이 있다면? 피에르 바야르는 자기 자신을 비롯해 여러 소설가, 소설 속 주인공의 예를 들며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 읽기
비법을 귀띔하자면,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다. 텍스트에서 벗어나 컨텍스트를 만들어낼 것.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의 기본기가 필수이니, 뭐든 거저먹겠다는 핑크빛 꿈은 일찌감치 접는 편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결코 저자는 자신의 책에 대한 요약이나 논리 정연한 코멘트를 기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것을 해주지 않기를 바란다. 단지 그는 사람들이 되도록 더할 수 없이 모호한 표현으로 자신이 쓴 것이 좋았다고 얘기해주길 기대할 뿐이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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