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에서 남자로 진화하는 아기사슴 외모의 순수남, 〈너는 펫〉〈밤비노〉의 마쓰모토 준. 일러스트레이션 김민주
|
[매거진 Esc] 아시아의 꽃미남
소년에서 남자로 진화하는 아기사슴 외모의 순수남,〈너는 펫〉〈밤비노〉의 마쓰모토 준
| |
강박증 시달리는 현대여성을 달래주는 존재 “응, 주인님. 앞으로 잘 부탁해!”, “나 주인님보다 학력도, 수입도, 키도 작지만 그래도 난 주인님이 좋다구 ~.” 사슴같이 큰 눈에 그렁그렁 촉촉함을 담뿍 품고서 우윳빛 피부의 소년이 여자를 향해 조잘조잘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아니 너무 애처로워서 여자는 그냥 이 아이를 계속 기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아이를 길러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꽃미남을 길러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케이블 티브이에서 쉽게 보는 아이템이 되었지만 이 ‘남자아이 펫’을 평평한 만화책 속에서 직접 만질 수 있는 실체로 끌어낸 것은 바로 마쓰모토 준이다. 만화책 속의 많은 꽃미남들이 실사화에 도전하고 또 때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만 실제로 많은 누나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살아남는 캐릭터란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마쓰모토 준의 완벽한 외모는 일단 합격점을 받아야 마땅하다. 왜 굳이 ‘마땅하다’는 동사를 써 가며 정당성까지 주장해야 하는지 약간 짜증이 날 정도로 말이다. ‘꽃미남 아이돌 대제국’을 건설해 이미 아시아에서는 알게 모르게 엄청난 수의 지지자들을 보유한 일본의 거대 연예기획사 ‘자니즈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마쓰모토 준은 1997년 무렵 하와이섬 부근 태평양 바다 위에서 태어났다, 아니 데뷔했다. 그러니까 그는 데뷔 기자회견을 일부러 바다 위 초호화 크루즈를 타고 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그렇게 알린 것이다. 꽃미남은 태생부터가 심상찮다더니 옛말 그대로다. 이제는 본명보다 ‘마쓰준’이라는 애칭으로 더 자주 불리는 마쓰모토 준은 데뷔 당시 그야말로 젖냄새도 아직 다 마르지 않았을 것 같은 꽃다운 16살이었고, 그가 꽃미남으로서 싹을 틔우기 시작한 이래 약 10여년을 아시아의 많은 언니들이 이 소중한 아이가 아름답게 자라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그리고 그는 2003년 일본 티비에스(TBS)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 <너는 펫>(원제: きみはペット)의 주연을 맡으면서 드디어 자신의 ‘길들여져야 함’이라는 매력을 온 누나들의 마음에 공포했다. 정확한 달걀형 얼굴, 가늘고 긴 팔다리, 살짝 흘러내리는 귀여운 곱슬머리. 너무 진부해서 오히려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외모에 대한 묘사지만, 그는 이 드라마에서 ‘펫’인 자신을 완벽에 가깝게 실재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많은 남성들의 예상과 달리 꽃미남 캐릭터는 결코 혼자 살아남지 못한다. 텍스트가 ‘물건’이 되자면 누군가의 욕망이 결합되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 법. 언니들이 단순히 ‘미모’만 보고 꽃미남을 길들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면 그거야 말로 정말 지루한 발상이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신문기자라는 전문직업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마쓰준’을 펫으로 길들이면서 자립하지 못해 방황하던 자신의 정신적 방황에 마침표를 찍는다. 현대 여성의 성공이 사회적으로 찬사 일변도의 상황에 놓이고, 출세를 위해 남자보다 더 일 잘하는 여자여야 했던 여성들이 늘어가던 일본 사회에서 이 드라마는 완벽한 꽃미남 펫에게 그저 순수한 여자로 기대는 한 여성상을 보여주면서 변화하는 남녀관계를 끄집어 낸다. 알 수 없는 스트레스로 늘 두통에 시달리며 일주일에 한번은 정신과를 찾아 상담치료를 받아야만 했던 여자가 비로소 ‘꽃미남 펫’을 사랑하는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자신을 옭아매던 부담감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완벽한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 주는 애완동물이 꽃미남이었기에 거부감이 덜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생각도, 변론할 마음도 없다. 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더 완벽한 자신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포기할 줄 모르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현대여성을 달래주는 데 꽃미남 펫만큼 적절한 존재가 또 있을까! 영화 〈도쿄타워〉에서는 농염한 자태 선보여 마쓰준은 얼마 전 <밤비노>라는 드라마의 주연으로 활약하기도 했는데, 아기사슴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밤비노’를 이름으로 가진 역할로 그를 이끌었음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바로 그 크고 촉촉한 눈이다. 가끔 앤절리나 졸리보다 더 섹시하게 느껴지는 살짝 벌어진 도톰한 입술은 저 아이의 허리를 꺾어 손목을 낚아채고, 당장이라도 길들여 버리겠어~! 하는 전투적 의지를 여전히 자극한다. 영화 <도쿄타워>에서 20살은 족히 연상인 누님을 애무하는 그 농염한 자태는 이제 그가 소년을 벗고, 남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혁명적 두근거림을 제공한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황색눈물>에서는 또한번 누나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순수 남자를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시 만화책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쓰카사의 실사판이 되어 누나들의 마음을 자극하고자 준비 중이다. 만화책 <꽃보다 남자>는 1992년 연재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4500만부 넘게 팔린 순정만화 사상 최고의 판매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대 일본 만화책 판매량 순위에서도 무려 전체순위 7위에 오른 무서운 작품이다. 순정만화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미 마쓰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티브이 드라마가 두 시즌 분량이 방영되었고, 흥행카드에 여전히 이상이 없음을 검증받은 이 작품에서 그는 ‘에프4’(F4)의 리더 역할을 맡았다. 이는 ‘플라워 4’(Flower 4)를 줄인 말. 그러니까 글자 그대로 ‘꽃미남 4인방’의 리더라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꽃미남을 길들이고 싶다는 욕망은 어떤 의미에서 생존을 위한 현대여성의 정당방위인 셈이다. 이은혜/<포포투> 기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