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8 23:26
수정 : 2008.06.1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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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요츠바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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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인생은 폴더다. 애 키우느라 허덕이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다 내린 결론이다. 한 30년 살다 보면 매사가 심드렁해진다. 그때쯤 인생 ‘반띵’해서 폴더형 휴대폰처럼 접고, 자식 낳고 또 30년 아이의 인생을 새롭게 같이 사는 거다. 자라면서 못 해본 거, 억울했던 거 자식 인생으로 ‘캄푸라치’ 하면서. 아들딸의 인생은 길고, 내 인생도 길고, 그래서 뭐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도 일단 심심하진 않을 것 아닌가. 여기까진 안 낳고 안 키워본 입장에서 그냥 해본 추측성 발언.
<요츠바랑!> 7권이 나왔다. 10살 천재 소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해 벌이는 에피소드를 그린 <아즈망가 대왕>으로 ‘엉뚱 꼬마’ 장르를 연 아즈마 기요히코의 두 번째 작품이다. 위아래 양옆으로 갈라 묶은 머리가 네잎 클로버를 닮은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 요츠바는 번역가 아빠와 단둘이 산다. 전형적인 동양인의 외모가 아니고, 엄마는 누군지 모르고, 아빠도 왠지 친아빠가 아닌 것 같다. 어디서 튀어나온 녀석인지 모를 이 아이는 불투명한 근본만큼 엉뚱하다. 나이 불문 반말에 동문서답이 특기인 요츠바는 아빠 친구, 옆집 아가씨들과 어울리며 어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7권의 주요 에피소드 중 하나는 목장 견학. 우유가 슈퍼에서 난다고 굳게 믿는 요츠바를 위해 아빠는 목장에 가기로 한다. 풀을 뜯어 먹고, 젖을 짜는 소를 본 감상은 이렇다. “목장은 목장 나름대로 이래저래 힘들어! 풀도 키워야 하고 고생이라구!” 잘 울지도 않고, 떼도 안 쓰고, 눈을 반짝이며 세상을 알아가는 요츠바는 어찌 보면 이상적인 어린애에 대한 어른의 환상이다.
잠시나마 엉뚱한 꼬마의 눈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는 일이 즐거워 이런 애 있으면(있을 리가 없지만) 기꺼이 폴더 인생 해볼 만하겠다 싶다. 폴더가 안 되면 플립이라도 해보자고, 작년 가을 고양이를 들였다. 이름을 뭐라 지을까 고심하다 동거인 케이(K)와 요츠바로 정했다. 뒤에서 누가 ‘아줌마’ 하고 부르면 저도 몰래 고개가 홱 돌아가는 두 처녀가 늘그막에 고양이 재롱이라도 보자고 지어준 이름이다. 그런데 아뿔싸, 고양이는 성장이 무척 빨라 1년도 안 되어 아저씨를 모시게 되고 말았다.
김송은/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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