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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정부의 음모를 상상하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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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 읽기
〈세계대전 Z〉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황금가지 펴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위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공공연하게 감추는 것.” 다음 세계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시작은 어떤 것일까. 석유? 전염병? 식량 문제?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가 국제분쟁의 요소로 싹트건,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건, 그 발발보다는 확산의 과정에서 치밀한 정보전이 있으리라는 사실이다. 정보화 덕에 세계가 전화 한 통이면 연결되고 클릭 한 번이면 내 집 안방처럼 들여다보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사실 넘쳐나는 정보들 때문에 정보가 정보를 덮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 좀비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부에서는 어떤 대처를 할까?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가 좀비의 창궐이라는 ‘역병’의 발생지로 중국을 설정한 이유는 중국이 첩보전과 기만술에 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외부로의 정보를 차단한 채 좀비가 늘어나는 상황을 수습해보려던 중국 정부는 소탕 작전 자체는 알리되 뭘 소탕하는지를 숨긴다. 좀비가 아니라 반체제 인사 진압인 척. 그런 ‘공작’으로 초기 진압이 실패하는 건 중국만이 아니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쉬쉬하다 결국 최악의 위기로 치닫는 미국 정부 역시 정보를 감추다가 더 큰 화를 부르는 경우. 현실에서, 대중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정부의 발표를 들으면서 그 뒤의 내막과 음모를 상상하는 건 그래서다. 정말 중요하고 치명적이고 위험한 정보는 쉽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세계대전 Z>는 “공공연하게 감추는” 기만술이 불러올 대재앙을 다양한 생존자들의 인터뷰로 들려준다. 위험할 수 있는데, 우리 모두 죽을 수 있는데 왜 숨길까? 당장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좀비가 되어 죽었다 깨어 돌아오는 사람들이 낳은 질병 공포증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 이야기도 나온다. 좀비 창궐의 원인이 ‘아프리카 광견병’이라고 둘러대 약을 팔아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 정보의 차단(혹은 왜곡)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돈벌이가 된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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