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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5 18:39 수정 : 2008.06.29 14:14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난파선 해변. 남극에서 몰려 온 파도가 거칠어 지난 40년 동안 배 80척을 삼켰다.

[매거진 Esc] 도시와 바다·전원을 한번에 느끼는 오스트레일리아 제2의 도시 멜버른

오스트레일리아 제2의 도시 멜버른은 도시와 바다, 전원을 한번에 느끼는 흔치 않은 여행지다. 생각해 보라. 멜번 다운타운에서 아침 겸 점심(브런치)을 먹고 낮에는 남빙양에서 윈드서핑을 하고 저물녘에는 우아한 와이너리 투어 대열에 섞여 있는 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

◎ 그레이트 오션 로드

그러니까 이 바람은 남극에서 불어온 거야. 바람에서 살짝 빙하 냄새가 났다. 펭귄 냄새도 실려 있었다고 하면 억측이었으리라. 하지만 바다 너머는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색이었다. 금방이라도 남극에서 ‘우지끈’하고 떨어진 빙산이 펭귄 군단을 싣고 떠내려 올 것만 같았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빅토리아주의 남부 해안을 따라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이라고 혹자는 주장하는)의 노상. 토키에서 와남불까지 214㎞를 바닷가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 비가 오고 바람은 창문을 때리고 무지개가 뜬다. 차창은 남빙양의 변화무쌍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돌리는 영화관이 된다. 가끔 누런빛 모래사장과 코알라들이 사는 숲과 파도타기 삼각편대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동해안 7번 국도가 낫다”며 ‘애국적 평가’를 내릴지 모르겠으나, 길의 후반부에서는 텅텅 바닷가에 내려앉은 거대암석으로 숨이 막힌다. 이른바 십이사도상.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는 섬 하나 없는지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으로 몰려드는 파도는 거세고 힘차다. 파도와 절벽이 맞부딪칠 때마다 하이타이를 뿌려놓은 듯 하얀 바다가 소용돌이친다. 원래 십이사도상은 육지였다. 하지만 파도는 기어이 육지를 부쉈고, 육지의 끄트머리는 미아가 됐다. 그래도 파도는 쉬지 않고 미아 된 바위섬 12개를 때렸다. 파도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여섯 제자를 삼켰고, 지금은 여섯만 남았다.

십이사도상이 있는 케이프 오트웨이에서 포트 페어리까지 120㎞ 구간을 ‘난파선 해변’(The Shipwreck coast)이라 부른다. 거친 파도와 짙은 안개, 비수처럼 숨은 암초가 지난 40년 동안 배 80척을 삼켰기 때문이다. ‘죽음의 해변’이 한눈에 조망되는 십이사도상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가 굶주린 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 포트 캠벨 3㎞ 직전에 ‘12사도상 헬리콥터 투어’(12ah.com)가 있다. 약 9분 동안 비행하며 십이사도상을 돈다. 어른 100오스트레일리안달러(1달러=1000원). 절벽 산책길을 택하면 십이사도상을 여유롭게 본다. 멜버른에서 3시간30분 거리. 멜버른 주요 여행사에서 당일 투어를 운영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공식 홈페이지 greatoceanrd.org.au

멜버른 센터플레이스. 도심 아케이드와 아케이드를 잇는 어두운 골목길은 노천카페 옴팍옴팍 붙어 있다.

‘죽기 전에 맛봐야 할 핫초콜릿’

◎ 멜버른 골목길

멜버른 중앙우체국 앞. 서울 강남역 뉴욕제과, 부산 서면 영광도서 같은 곳이다. 삐삐도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이런 ‘약속의 랜드마크’에 가면 사람들이 수십 명씩 서 있었다.

멜버른 우체국은 약속 장소로서 150년 이상 역사를 이어 온 유서 깊은 곳이다. 우체국은 1841년 세워졌다. 얼마 안 돼 식민지 본국에서 보낸 편지와 소포를 찾으러 멜버른 시민이 꼭 들르는 곳이 됐고, 이어 만남의 광장이 되어 갔다. 이듬해 설치된 시계탑도, 시계가 없던 시절 약속의 증표가 됐다. 이제 더는 이 곳에 편지를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을 만나러 오는 사람은 많다. 여기에 브런치로 유명한 페더레이션 커피숍이 있다. 멜버른 시민들은 출근 직전 우체국 건물 회랑의 노천 카페에 앉아 간단한 아침 식사를 즐긴다. 스크램블 등 달걀요리와 베이컨이 함께 나오는 아침메뉴가 12~13달러 정도.

멜버른의 아케이드도 우체국만큼 오래됐다. 로열아케이드는 1870년 세워진 가장 오래된 쇼핑몰. 리틀콜린스 거리 건너편 블록아케이드는 1891년생이다. 에칭 글라스로 된 천정과 모자이크 문양의 바닥 등 19세기풍의 고전적인 쇼핑몰 양식을 잇는다. 다시 길을 건너면 센터웨이를 지나 센터플레이스다. 어두운 골목으로 비친 햇빛은 산란돼 흩어지고, 그 아래 노천카페가 옴팍옴팍 붙어 있다.

멜버른 시내, 아케이드와 아케이드 사이에는 골목이 있고, 어두운 골목에는 노천카페가 들어앉았다. 로열아케이드의 초콜릿 카페 ‘코코블랙’을 들러보길. ‘죽기 전에 맛봐야 할 핫초콜릿’(이라고 혹자는 주장하는)과 초콜릿 등을 판다.

야라밸리의 와이너리 도메인 샹동. 멜버른 시내로 흐르는 강 야라리버와 푸른 언덕이 중첩된 자리에 포도밭을 일궜다.

‘세상에서 가장 절묘한 위치의 와이너리’

◎ 야라밸리 와이너리

멜버른에서 한 시간 떨어진 야라밸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와인 산지다. 70여 와이너리와 고급 레스토랑, 그리고 부티크 호텔이 모여 있다.

1838년 이곳에 처음 포도씨를 뿌린 건 라이리 형제. 지금도 국제와인경연대회에 단골로 입상하는 와이너리 ‘예링 스테이션’(yering.com)의 시초다. 예링은 원주민 말로 ‘홍수 나는 평원’이라는 뜻. 지금은 ‘와인 홍수’가 난다. 하룻밤 895달러짜리 스위트룸이 있는 포도밭 호텔 ‘샤토 예링’도 딸렸다.

도메인 샹동(greenpointwines.com)도 야라밸리의 대표선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샴페인 회사 ‘모엔 앤 샹동’(Moet&Chandon)이 1986년 ‘절묘한 위치’에 포도밭을 일궈 문을 열었다. 그런지라 와이너리 빌딩의 ‘그린포인트 룸’ 레스토랑에서 내려다 본 전망이 장쾌하다. 낙엽 진 노란 포도밭 뒤편에 강이 흐르고 섬이 떠 있다. 그리고 강 뒤의 언덕, 언덕, 언덕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샹동’이라 불리고 수출품에는 ‘그린포인트’라는 라벨이 붙어 팔린다. 피노누아(Pinot Noir),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뫼니에(Pinot Meunier) 등 세 품종이 사용된 2004년 빈티지 브뤼(Brut·31달러)를 홀짝거려 보시길. 달콤하면서도 상쾌하다.

※ 멜버른에서 동부고속도로(83번)를 타고 갔다가 종점에서 마룬다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릴리데일에서 내린다. 와이너리 투어 사이트 (wineyarravalley.com과 yarravalleywinerytours.com.au) 참고.

도메인 샹동의 레스토랑 그린포인트 룸. 포도밭 경관이 펼쳐진다.

멜버른=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여행지도
멜버른 여행쪽지

7~8월엔 멜버른국제영화제

⊙대한항공이 인천~멜버른 직항을 운항한다. 매주 월·수·토요일 저녁 7시25분 인천을 출발해 이튿날 아침 7시20분에 멜버른에 도착한다. 멜버른에서는 매주 화·목·일요일 오전 9시15분 출발해 같은 날 저녁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할인항공권 기준 왕복 100만원 안팎(유류할증료 제외). 11시간 안팎 걸린다. 멜버른이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비지트빅토리아(visitvictoria.com)와 빅토리아주관광청(tourism.vic.gov.au), 호주관광청(australia.com)에 여행정보가 체계적으로 분류됐다. 특히 비지트빅토리아에서는 각 호텔 예약사이트로 직접 연결된다.

⊙다음달 25일부터 8월10일까지 제57회 멜버른국제영화제(MIFF·melbournefilmfestival.com.au)가 열리니, 때맞춰 가는 것도 좋겠다. 멜버른영화제는 남반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를 찍은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신작 <야경>(Nightwatching)과 에리크 로메르 감독의 <로맨스>, 자장커 감독의 <무용>(Useless) 등 50여개국 400여편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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