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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범선 코리아나호 갑판 위에서 여행자들이 초여름 햇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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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공룡 발자국 찾아 사도로 떠나는 국내 유일의 여수 범선 투어
이즈음은 남해에 가기 가장 좋은 때다. 남해 햇살은 유순하되 스러지지 않고 강렬하되 공격적이지 않다. 6월 말 햇살에 투과되는 남해의 바다 빛은 탁한 비췻빛이다. 바다 빛을 이야기하며 타이의 푸껫과 필리핀의 보라카이를 들먹이지만, 이즈음 남해의 바다 빛도 이에 못지않다. 태풍이 오기 전 남해는 또한 아장아장해서, 미끄러지듯 배를 향해 흘러온다. 여수에 국내 유일의 범선이 떴다. 바람으로 가는 배라 이즈음 남해의 촉감을 느끼기 좋다. 선장 정채호(60)씨가 모는 길이 41미터 정원 77명의 클래식한 코리아나호. 코리아나호는 여수 소호 요트 선착장을 오전 9시30분 출발해 돌산도, 백야도를 지나 낮 12시쯤 사도에 닿는다. “저기 등대 오른쪽으로 빠지세요” “이렇게 돌리면 되나요?” 범선 여행에서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세일링 그 자체다. 승객들은 해적선 선장이나 돌릴 법한 목재 키를 돌려보고, 선원들과 함께 “영차영차” 외치며 돛을 편다. 범선은 넓다. 한두 시간이 지나면서 승객들은 나른한 남해 햇살과 선선한 바람에 취해 갑판에 눕기 시작한다. 한편에서는 몇몇이 둘러앉아 회를 먹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채호 선장의 ‘범선 강의’를 듣는다. 범선은 처음 출발 때 엔진에 기대어 가다가 바람을 타면 엔진을 끄고 돛을 올린다. 2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목적지 사도에서는 소박한 어촌정식이 기다린다. 사도는 여름철을 제외하면 하루 두 번밖에 소형 여객선이 드나들지 않는 한적한 어촌이다. 하지만 중생대에는 쿵쾅거리며 지나다니는 공룡들로 사도는 시끄러웠다. 사도 해변에서 공룡 발자국 찾기를 해 보라. 초식공룡 발톱은 뭉툭하고 육식공룡 발톱은 뾰족하다. 사도뿐 아니라 부근의 낭도·추도까지 합해 모두 3800여개의 공룡 발자국이 흩어져 있다. 사도의 양면해수욕장은 해변이 양면이다. 앞에서 수영해도 되고 뒤에서 수영해도 된다. 상설 ‘모세의 기적’이라 할 만한데, 금빛 모래사장이 간댓섬(중도)과 시루섬을 365일 잇는다. 사실 기적은 바로 옆 섬에서 일어난다. 사도와 사도 북동쪽 추도는 매년 정월 대보름과 2~4월 서너 차례 3㎞ 돌길이 떠오른다. 점심 산책 뒤 여수에 돌아가는 길은 갑판에 누워 낮잠을 자며 가는 길이다. 범선이 엔진을 끄면 사위가 고요해진다. 잔잔한 물살 위에서 바다의 촉감을 느껴보라. ※ 남해안투어(tour7788.co.kr·1588-3848)가 코리아나호 범선 상품을 판매한다. 무궁화호·케이티엑스 등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여수와 사도를 둘러보는 무박2일 상품(17만9천원), 송광사, 여수, 사도, 보성차밭을 차례로 둘러보는 1박2일 상품(27만3천원)이 있다. 범선을 이용하기 어려울 땐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사도까지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여객선을 탄다. 태평양해운(061-662-5454) 편도 7300원.글·사진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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