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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한두 권은 챙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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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의 친구들
여행을 떠날 때 낯선 길의 지침이 되어주는 것이 가이드북이다. 내가 갈 곳이 어떤 곳이며, 어떤 사람들이 살고, 어떤 볼거리가 있고, 어떤 먹거리가 있으며, 어디서 자면 편안할지 얘기해 준다. 예전에 책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이젠 너무 많아 어떤 걸 고를지 고민이다. 사람마다 생긴 게 다르듯 여행 스타일도 제각각이라서 남들 평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들춰보고 꼼꼼히 고르는 게 상책이다. 한글로 된 책이 없거나 있어도 정보가 부족하다 싶을 때는 <론리플래닛>을 산다. 단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배낭여행자의 바이블’이라는 데 동의한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가이드북을 펼치는 횟수가 줄어든다. 영문 가이드북이라면 더 그렇다. 지도에서 숙소만 확인하고는 덮어버린다. 여행 초반에는 미술관, 박물관, 성당, 궁전 위주로 다니다가 점차 골목길이나 시장 순례, 공원에서 낮잠 자기 등으로 옮아간다. 식당 찾기도 맛집 리스트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덕분이다. 가이드북이 지루해질 즈음엔 우리말로 된 책이 읽고 싶어진다. ‘여행하기 바쁜데 책 읽을 짬이 어딨어?’ 하겠지만 의외로 그런 순간이 많다. 이동하는 중에, 기차를 기다릴 때, 그늘 좋은 공원 벤치에 앉아, 전망이 기막힌 곳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을 때, 뭣보다 심심할 때 책이 그립다. 무미건조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글이 읽고 싶어진다. 짐 쌀 때 무겁다고 빼버렸던 게 후회스럽다. 그러니 최소 한두 권은 챙길 것. 서점에서 영문으로 된 가벼운 소설류를 구입하거나, 여행자안내소에서 무료 여행잡지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무가지의 경우 그 도시의 핫클럽이나 바, 카페를 알 수 있고, 전통음식의 레시피, 숨은 여행지, 여행자 인터뷰도 있어 재미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직접 책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나만의 여행책을 매일 조금씩 써 내려가다가 여행이 끝남과 동시에 책이 완성된다면? 그건 세상 어떤 책보다 값지겠지. 김숙현/ 여행작가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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