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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5 21:40 수정 : 2008.06.25 21:40

지난 4월 베이징 아트페어에 출품된 중국 현대미술 작가 위에민준(岳敏君)의 아트 토이 ‘죄수’. 자선 경매에서 우리 돈 2억원 가량에 낙찰되었다. 중국아트페어(CIGE) 홈페이지 제공

[매거진 Esc]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2004년 겨울, 팝아트의 거장이라 하는 앤디 워홀이 장난감으로 만들어져 판매됐다. 앤디 워홀을 인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큐브릭이라 하는, 사람과 동물과 모든 캐릭터들을 네모나게 만들어 버리는 기묘한 장난감이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새로운 개념의 장난감, 아트 토이의 연장이었다. 디자이너 토이, 혹은 아트 토이라 하는 이 재미난 장난감들은 1990년대 중반 홍콩의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탄생했다. 앤디 워홀이 중심이 되어 활동한 미국의 팝아트는 사진이나 판화처럼 대량 복제가 가능한 예술품으로, 누구나 ‘오리지널’을 가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역시 공장에서 언제든지 대량생산하는 장난감을 표현 도구로 설정했다.

모양이 똑같은 장난감에 다른 그림을 그려 넣어 감상용이나 장식용, 혹은 수집용으로 만들었던 장난감은 시간이 흐르며 예술의 경지에까지 올랐다. 처음에는 실험적인 일부 유학파를 중심으로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차츰 유명한 화가와 조각가로 작업자들이 늘어났고, 그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팝아트의 최고 정점이라 할 앤디 워홀이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앤디 워홀로부터 시작해서 앤디 워홀로 최고의 성과를 이룬 팝 아트의 또 다른 중요 개념은 ‘레디 메이드’(ready-made)와 재활용이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자면 이미 만들어진 사물의 재배치와 가공을 의미하지만 우리 주위의 일상적이고도 물리적인 현상과 사물을 보편적인 방법으로 접근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팝 아트의 관점에서라도 본다면, 공부하는 책상도, 연필과 볼펜도, 타이어가 빠져 버린 자전거 바퀴도 금방 훌륭한 놀잇감으로 만들 수 있는 장난감적 사고는 팝 아트와 일맥상통한다.

지난 4월 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아트페어’에서 기라성 같은 중국의 작가들이 장난감에 그림을 그려 연작으로 전시해 화제가 됐다. 작품은 불우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자선경매로 팔려 나가기도 했는데, 한 작가의 작품은 우리 돈 2억원에 낙찰되기도 하였다. 장난감이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예술품으로까지 대접받는 세상. 솔직히 예술품이라 치부되며 장난감으로써의 고유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이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예술적 훈련이고 미술적 감흥을 쌓아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신나는 일이 아닌가?

김혁 장난감수집가·테마파크기획자 blog.naver.com/k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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