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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2 18:10 수정 : 2008.07.02 22:14

B급에서 최고를 건져내는 성취감을 주는 대만판 〈꽃보다 남자〉의 옌청쉬

[매거진 Esc] 아시아의 꽃미남

B급에서 최고를 건져내는 성취감을 주는 대만판 〈꽃보다 남자〉의 옌청쉬

이름 : 옌청쉬(언승욱)
생년월일 : 1977년 1월 1일
애칭 : 따오밍쓰, 대만의 기무라 다쿠야
특징 : 완벽한 외모에 비해 완전히 바보 같은 캐릭터


습관이 되는 것만큼 무서운 일도 없다. ‘꽃미남’이 습관이 된들 무어에 쓴담 …. 하지만 그렇게 토라지는 것도 잠시다. 그리고 사실 애초에 왜 혼자서 좋아했다, 토라졌다를 반복하는지 의미도 없지만 말이다. 그들은 알 수 없게 미소 짓게 만들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인생을 구해내고, 결국은 살아가는 힘을 주곤 한다. 물론 그게 꼭 꽃미남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의외로 이 인생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그런 순간에 말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의 히어로들이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하며 공주를 구해내고, 흰 이를 살짝 드러내고, 고개를 45도 각도 아래에서 64도 위쪽으로 들어올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채 ‘나~ 어때~!’ 하며 머리카락을 살짝 흔든다고 해도, 더는 두근거리지 않는다. 이해해 주지 않으려는 사람,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타오밍쓰, 그 유치하지만 명쾌한 출발

살짝 굽이진 갈색 머리카락이 목까지 늘어져 있다. 골반에 걸친 진은 어딘지 모르게 타이트해 보이지만 그 정도의 부자연스러움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럽게 모른 척한다. 가늘고 긴 다리, 건장한 체구에 비해 지나치게 섬세한 손가락. 크고 날렵한 눈, 흠잡을 데 없이 오똑한 코. 그리고 아주아주 바보 같은 말투와 단순하다 못해 순진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멍청한 성격. 대만 배우 옌청쉬는 유치하고, 또 명쾌하게 출발했다. 꽃미남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스트라이크 존의 한가운데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파고들었다. 여자아이들이 보던 것은 동화에서 만화가 되었고, 신데렐라에서 <꽃보다 남자>가 되었다.(1화 마쓰모토 준 참조) 그는 이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 타이들의 대만 드라마에서 역시 마쓰모토 준과 마찬가지로 쓰카사 역을 맡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따오밍쓰’다.

따오밍쓰는 주인공 쓰카사의 대만식 이름, 아 중국식 이름인가? 중요한 부분은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다. 전세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초’재벌의 아들이지만 ‘아는 것 별로 없음, 좋아하는 것 별로 없음, 세상에 관심 거의 없음’의 전형적인 ‘맨’(MAN) 캐릭터가 스토리가 거듭될수록 ‘위버섹슈얼’이 되어 가는 과정. 가난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여자 주인공 산차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가끔 만화책보다 더 유치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다. 바보도, 이 정도의 바보라면 그냥 좋아지게 된다.

아시아의 드라마 흐름을 주도할지도 모르는 한국 시청자로서 보자면 대만판 <꽃보다 남자>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 엉성하고 유치하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매력이기도 하다. B급에서 최고를 찾아내는 과정이 주는 성취감 같은 것. 옌은 그런 성취감을 주는 꽃미남이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일본 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예쁘장하게 생긴 꽃미남들이 크게 인기를 얻는 편인데, 이것은 대만이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중국 대륙에는 배타적이면서 일본 대중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이렇다 할 제약이 없어서, 일본 연예인이 대만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마침내 ‘자니즈’ 비슷한 대만 꽃미남들이 트렌드에 올라선 것. 더욱이 대만은 가끔 일본보다 먼저 일본만화를 티브이 드라마로 제작하는 발빠른 대응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강호의 고수들이 돈의 규모와 시장의 크기를 막론하고 엄청난 ‘트렌드 전쟁’을 벌이는 지금의 아시아 문화시장에서 한류·중류·일류는 시시각각 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사실 잘 생각해 보면 그 와중에 살아남는 것은 결국 곳곳의 꽃미남들 아닌가 싶다. 여성들의 문화 소비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꽃보다 남자>의 드라마화가 결정된 것을 보면 말이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F4’에 누구를 캐스팅할 것인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다니, 결국 세상은 넓고 많은 길은 꽃미남에게로 통하는 것일까?

대만판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을 맡으며 일약 중화권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한 옌청쉬는 이후에도 드라마 <열애상흔> 등의 주연을 맡으며 입지를 넓혀 나갔고, 당연히 시디(CD)를 냈고, 광고를 찍었다. 경쟁사를 이기려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가장 힘을 쏟는다는 펩시콜라의 마케팅 전략이 한때 아시아 모델로 기용했던 것도 옌.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하얀거탑>이 대만에서 영화화될 때도 그가 주인공 역을 맡았다. 류더화(유덕화), 장쉐유(장학우) 등 한때 아시아를 주름잡았던 꽃미남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장만위(장만옥)와 열애설까지 흘리는 걸 보면 격세지감은 덤으로 따라오는 감정이다.

영화 <하얀거탑> 주인공… 장만위와는 열애설

사실 (남자가) 예쁘다고 해서, 보기 좋다고 해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이율배반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사람은 누군가의 외모에 처음으로 반하고 나서야 사랑이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일관된 기준이란 처음부터 없다.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는 당연히 자신의 파트너가 가장 아름다운 존재다. 그러니까 사랑하지 않을, 아니 사랑할 수 없는 옌청쉬는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그가 좋은 것은 꽃미남이라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산차이’를 위해 바보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고, 끝도 없이 울고, 때로는 억지스러울 정도로 어리광을 부리고 하지만 끝내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 결국 아무것도 없을 인생이라면 어딘가 한 사람 그런 존재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 별로. 여자인지, 남자인지, 꽃미남인지, 근육맨인지는 어쩌면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던 거다. 그것은 그냥 습관일지도 모르니까.

이은혜/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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