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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2 21:48 수정 : 2008.07.02 21:53

선생님이 선물한 그 라면은 세상 무엇보다 든든했고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매거진 Esc] 농심과 함께 하는 라면 공모전‘삶은 라면’의 추억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된 16년 전의 기억은 라면을 볼 때마다 떠오르곤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며칠간 집에서 누나와 함께 둘이서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해따라 몹시 춥게만 느껴졌던 건, 부모님의 부재와 단출해져 가는 밥상 때문이었을까요?

이웃들의 도움과 이모님의 도움으로 끼니를 때우고, 두 남매(누나와 나)는 몇 장 남은 연탄을 보며, 아끼고 아껴 가며 겨울을 견뎠습니다. 밤이 되면 서러운 마음에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로 잠을 청하고 빈속으로, 부은 눈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집 앞 모퉁이만 돌면 학교였지만 그 길이 멀게만 느껴지던 건, 준비물 살 돈이 없이 빈 책가방을 들고 가야 하고, 다 써 버린 노트를 새로 장만할 수 없는 가난 때문이었습니다.

그 즈음 날마다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 가며 쓴 일기장에는 부모님을 보고 싶단 글보다는 따뜻한 방에서 누나와 배불리 먹으며 지내고 싶다는 희망을 한 줄 한 줄 적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설상가상으로 누나가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입원까지 했습니다. 병원에서 지내던 제 앞에 나타나신 담임선생님. 병원비를 내 주시고 저희 남매의 집으로 함께 오신 선생님. 4학년 때도 저를 가르치시고, 누나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담임을 맡으셨던,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던 백일홍 선생님. 텅 빈 냉장고와 비어 버린 연탄창고, 석유가 없어 사용할 수 없었던 석유 풍로(곤로)를 말없이 보시던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 힘든 시간이, 이 겨울이 곧 지날 거야,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너희 둘에게는 좋은 일이 하나 둘씩 기다릴 거야. 선생님도 배고픈 것 겪어 봤고, 너희 맘 잘 알아. 힘들 때마다 찾아와….”

골목을 나서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어른이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연탄 300장, 라면 세 상자가 왔습니다. 누가 보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일 거라는 추측뿐이었죠. 저는 선생님을 찾아가 오늘 저녁에 꼭 우리 집에 오시라고 말씀드린 뒤 제가 가진 마지막 돈이었던 1천원으로 달걀 2개와 사이다 한 병, 50원짜리 동그란 쥐포 두 개를 사들고 집으로 먼저 가 선생님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저녁 즈음 집에 오셨습니다. “선생님 저녁 안 드셨죠? 잠시만요.” 내가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준비한 첫 감사의 식사. 달걀 푼 라면 한 그릇. 그리고 너무 신 김치 한 접시, 연탄불에 구운 동그란 쥐포 두 마리. 선생님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시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나 자신이 참 뿌듯했습니다. “수동이는 참 부자구나,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인 거야. 내일 학교에서 보자.”

시간은 빠르게 흘러 2월 종업식이 다가왔습니다. 무엇 하나 즐거울 것이 없건만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나에게 종업식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 이상 어떤 의미도 없었습니다. 한데 상장 수여 시간에 선생님께서 나를 호명했습니다. “오늘은 특별 장학금 수여가 있겠어요. … 수동이 나와요.” 내 이름이 호명되자 많은 아이들이 의아해했고 나 역시 그러했습니다. 선생님이 건네주신 하얀 봉투를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무려 50만원과 함께 편지 한 장이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라면 한 그릇에 선생님은 기뻤단다. 수동이가 차려준 라면 한 그릇은 내가 먹어본 가장 맛있는 라면이었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었단다. 선생님은 부산으로 전근 가지만, 누나랑 사이좋게 잘 지내고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가장 비참한 거야. 베풀 줄 아는 수동이가 되었으면 한다.”

짧은 메모였지만, 제 삶을 바꾼 가장 큰 사건이었습니다.

3월 개학이 되자 어머니가 돌아오셔서 집 안에 웃음꽃은 다시 피었고, 그간 고생하신 어머님의 노력으로 우리 세 식구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세상 무엇보다 든든했던 라면 세 박스와 선생님을 대접했던 나의 정성 어린 라면 한 그릇. 백일홍 선생님, 당신의 큰 사랑에 저는 올바른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선생님, 다시 한번 라면 한 그릇 대접하고 싶습니다.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는군요. 그 무엇도 당신에게 돌려드릴 수 없는 지금, 이렇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강수동/ 대구 북구 동변동

◎ 주제 : 내 삶은, 삶은 라면 - 라면에 얽힌 추억·이야기
◎ 분량 : 200자 원고지 10장 안팎 + 관련사진. 반드시 연락처나 전자우편 명기.
◎ 기간 : 1차 공모 - 6월13일∼8월15일
◎ 응모 방법 : 농심 고객안심 캠페인 홈페이지(www.promise-tree.com)에 공모.
◎ 마감 : 매주 금요일 자정
◎ 상품 : ‘농심호텔 패키지 상품권 + 농심 베스트셀러 선물세트’ 40만원 상당
◎ 발표·게재일 : 개별 연락/매주 목요일 요리면
◎ 문의 : 농심 (02)820-8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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